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진짜 심리

by 또피

요즘 회사에 있다 보면 부쩍 ‘그냥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이런 하루를 보내는 것. 주말이 아닌 평일에, 알람 때문이 아닌 잠에 질려 눈이 떠지면 느긋하게 일어나 핸드폰을 하고 싶다. 세상 소식을 잠깐 보다가 포근한 이불에서 빠져나와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창문을 열어 따뜻한 아침 햇살과 쌀쌀한 가을 공기를 맞이하며 정신과 몸의 세포를 하나씩 깨운다. 유튜브뮤직으로 ‘상쾌한 아침에 듣기 좋은 노래’를 배경으로 스트레칭을 하며 찌뿌둥한 몸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핸드폰을 방해금지 모드로 해두고 의미 없는 연락과 SNS에서 해방된 채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던 책을 꺼내 들어 몇 시간이고 집중해 읽고 싶다. 시간에 쫓겨 늘 끊어 있을 수밖에 없던 책을 몰아 읽으니 집중도와 이해도가 배가 된다.

그러다 배가 고파지면 정말 내가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는다. 남 눈치 보지 않고 닭다리 2개를 먹고, 치즈떡볶이에서 치즈만 골라 먹고, 타인 없이 오롯이 나 자신과의 이기적인 식사를 한다. 적당히 배가 부르면, 다이어트 걱정은 접어두고 먹고 싶었던 디저트들을 몽땅 뜯어둔 채 치아를 괴롭히며 세상에서 제일 단순한 단것이 주는 행복을 느낀다. 열린 창문으로 솔솔 들어오는 가을바람을 이불 삼아 소파에서 퍼질러지게 낮잠을 잔다. 이때 중요한 건 알람 없이 자기.

다음은… 모르겠다. 그냥 아무도 없는 집에서 제약과 걱정 없이 편한 차림으로 몸이 말하는 대로 움직이는 본능에 충실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 심심하기는 하지만 지루하진 않은, 소통이 없어도 외롭진 않은,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불안하진 않은. 그냥 지금 당장 하고 싶은 대로 나열했는데 상상만으로도 몽글거리며 기분이 좋아졌다. 근데 쓰다 보니 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던 거였구나. 하지만 막상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 몸이 근질거리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 아무것도 안 하는 하루 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불안과 걱정이 없는 하루를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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