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아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주지마세요!

by 또피

사람들은 왜 그렇게 음료에 열광할까. 어려서부터 나는 마시는 것에 큰 흥미가 없었다. 남들은 치킨이나 피자를 먹을 때면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탄산음료도 나에게는 손 안 가는 콩자반 같은 반찬일 뿐이다. 치킨에는 역시 물, 피자에는 시원한 흰 우유 만한 게 없는데 말이야. 다이어트가 평생 숙제인 삶을 사는 나에게 탄산을 좋아하지 않는, 어쩌면 특이한 취향은 감사한 일이다. 이 식탐에 콜라까지 좋아했으면 못해도 +3kg는 더 나갔을 것이다.

탄산음료뿐 아니라 나는 카페인 찌질이다. 커피 맛도 잘 모를뿐더러 한 잔만 마셔도 심장이 두근거려 밤새 잠을 못 잔다. 아침에 출근을 하거나 늦게까지 야근을 하는 날이면 몽롱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 황급히 커피를 수혈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나는 건강한 찌질이로 살아남는다. 사실 몸이 카페인을 필요로 하는 기분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졸리면 그냥 바깥바람을 쐬거나 억지로 일어나 회사를 돌아다니며 쏟아지는 졸음을 내쫓으면 다시 정신이 돌아온다. 내가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커피를 마시면 잠이 깬다는 사람들의 말에는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가 크지 않을까 슬쩍 의심해 본다.(카페인의 각성 효과도 있긴 하겠지만)

그리고 나는 맥주 찌질이다. 이런 말을 하면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큰 반발을 하겠지만 소신발언을 하자면 맥주는 취하지도 않고 맛도 없는데 배만 부르고.. 정말 왜 먹는지 모르겠다. 술은 자고로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한입씩 천천히 배 불려 가며 기분 좋게 취하는 법. 맥주를 500cc, 1000cc씩 먹으면 취하기는커녕 화장실 들락날락거리다가 술이 다 깨버릴 거 같다. 맥주를 가까이하지 않아서인지 이제 맥주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 들만큼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한다.

음식 취향은 대중적이지만 나의 액체 취향은 확실히 까다롭다. 사람들이 사랑하는 3 대장 탄산, 커피, 맥주와 친하지 않은 것만으로 뱃살이 반토막 나고 수명이 10년은 길어진 거 같다. 의도치 않았지만 이런 건강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 보니 나의 최측근들도 점차 소정화되어가고 있다. 제일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은 역시 남자친구. 연애 전에는 탄산과 간술을 하며 즐기는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연애를 하며 자연스럽게 2 대장과 심리적, 물리적 거리를 두게 되었다. 이런 긍정적 영향이 주변 사람들에게 끼칠 때면 꽤나 뿌듯하다. 아참, 맥주 대신 마시는 소주는 모른척해야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굳이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