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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키타카

올해를 돌아보며

by 또피

내년이면 28살이구나. 아니 새로운 법이 적용되었으니 아직 27살이겠지. 스물일곱이란 나이도 아직 나에게 꼭 맞지 않은 퍼즐처럼 어딘가 불편했는데 서른이라는 가고 싶지 않은 도착지에 서행이 걸린 거 같은 기분이 들어 내심 좋다. 그래도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끝나간다는 것은 다른 주제의 이야기. 연말 그리고 연초, 끝남과 동시에 시작의 과도기인 지금 다가오는 새해를 두 팔 벌려 반가워야 해야 할지 지나가는 시간을 아쉬워해야 할지 모르는 싱숭생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직 1달이 남았지만 11개월간의 나를 돌아보면 내적으로 많은 성장을 한 것 같다. 나이를 먹었으니 당연한 걸 수도 있고 회사생활을 하며 연장자와 지내다 보니 그들의 삶에 물든 걸 수도 있지만 나는 나의 성장동력을 연애로 꼽는다. 남들이 말하는 성숙한 연애란 이런 것이었을까. 이번 연애를 통해 지금까지 보기 싫어 애써 꽁꽁 숨겨놓았던 나의 미운 살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법을 배웠고, 이 직면은 나 스스로 문제점을 고치고 마음가짐을 다잡는데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다툼과 화해, 눈물과 사랑이 반복되는 시간들을 보냈지만 이제는 그때 우리가 왜 그랬지라며 쿨하게 웃을 수 있는 때가 되었다. 앞으로 또 어떤 역경이 다가올지는 모르겠지만.

불안의 동굴에서 빠져나가는 중이다. 나는 긍정적인 성격을 갖었지만 타고난 부정적 심리가 내재되어 있는 사람이었고 이번 연애를 하기 전까지는 나의 성격으로 발현되는 관계의 문제점을 상대방에게서 찾았다. 그렇다 보니 쉽게 마음을 주지 않고 깊은 관계로 진전되지 못했었다. 불만이 있어도 말하지 않고 감정을 꽁꽁 숨겼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나의 동굴 속에서 한껏 불안해하며 차라리 나은 이별을 택했었다. 이런 내게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그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 성격의 못된 부분을 단호하게 짚어주면서도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해 주었다. 사실 나와 다른 사람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성격 변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실제로 회사 팀장님이 내가 연애를 시작하며 표정도 더 밝아지고 여유가 생긴 거 같다고 말씀하셨을 만큼)

우리는 티키타카가 참 잘 맞는다. 나는 예민하고 그는 무던하다. 나는 사소한 기억력이 좋지만 그는 작은 거보다 핵심적인 일을 잘 기억한다. 나는 집에 들어가면 바로 씻지만 그는 어느 정도 쉬는 시간을 갖은 후에 잘 준비를 시작한다. 언뜻 보면 정반대인 거 같지만 다름이 최고의 궁합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작은 일에 예민해졌을 때, 덤덤하게 농담을 건네며 상황을 풀어줄 줄 알고, 기억력의 범위가 다른 우리는 지난날을 회상할 때 서로의 부족함을 해소해 주는 콤비가 되고, 씻는 타이밍이 다른 그와의 귀가는 둘이지만 혼자일 때처럼 불편함이 없다.

짬뽕 vs 짜장, 산 vs 바다라는 밸런스게임에 만장일치로 짜장과 산을 외치는 관계가 오래간다고 생각했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경험해 보니 그게 꼭 정답은 아니더라. 내가 짜장면을 먹을 때 짬뽕을 시켜서 느끼함을 잡아줄 줄 아는 그런 사람, 다름에서 오는 무언가가 서로에게 보완이 되고 그것이 관계에 행복과 즐거움이 될 때, 그것이 비로소 티키타카가 잘 되는 것이 아닐까. 친구든 연인이든 티키타카가 잘 맞는 사람이란 정말 찾기 쉽지 않으니 지금 현재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자. 올해에 큰 깨달음을 얻었으니 내년에는 더욱 성장할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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