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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대접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by 또피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주말이면 한강이니 공원이니 날씨를 만끽하러 집을 비워두는 시간이 많았는데 제법 쌀쌀해진 날씨 탓에 다시 스멀스멀 집생활이 시작되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달라진 점은 정성이 생긴다는 것.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트리와 겨울 느낌이 물씬 나는 액자포스터를 구매했고 루돌프 인형과 앵두 조명으로 집안의 분위기를 살려줬다. 시원하고 반짝이는 바다 이미지의 소파 커버도 아이보리색 따뜻한 소재의 테슬 커버로 바꿔주니 제법 집의 온도가 달라졌다. 이런 사소한 변화만으로 내 보금자리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생기는 기분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집에 대한 정성뿐 아니라 나에 대한 정성도 들이는 중이다. 상대적으로 밖이 아닌 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요리에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덧 자취 6년 차로 청소는 그 누구보다 자신 있지만 요리는 나와 상당히 먼 이야기였다. 냉동볶음밥, 냉동핫도그, 냉동닭가슴살, 냉동치킨 등 수많은 냉동식품으로 점령당했던 냉장고에 싱싱한 재료들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재료를 사는 것도 일이고 관리하는 것도 귀찮았는데 해결방법을 찾았다. 그건 바로 밀키트.

밀키트는 혼자 사는 자취생에게 여러모로 안성맞춤이다. 평일에는 집에서 음식을 해 먹을 수 없으니 재료를 하나하나 사면 상해서 버려야 할 게 분명한데 적당한 양만큼 소분해 있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가 생길 일이 없다. 그리고 요리가 어려운 요알못들에게 가장 어려운 양념 계량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도 없이 요리에 필요한 적당량만 들어있어서 실패할 위험이 적다. 요리라고 하기엔 어딘가 조금 애매한 밀키트 음식이지만,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이 익숙했던 내가 집에서 하나 둘 만들어먹으니 건강을 챙기며 나를 더 보살펴주는 느낌이 들고 왠지 모를 뿌듯함이 들었다.

이번 주에는 훈제오리무쌈을 해먹을 예정이다. 물론 밀키트로ㅎ 날씨를 보니 이번 주의 온도는 그렇게 낮지 않지만 겨울이 되니 일요일 하루 정도는 그냥 집에서 포근하게 보내고 싶다. 편히 쉬면서 주문한 인테리어 제품이 오면 설치하고 서툴지만 새로운 요리도 도전해 보고 몰아보고 있던 드라마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한 주를 마무리하는 하루, 아주 끝내주는 계획이다. 아직은 요리 초보지만 앞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 아니 이 주에 한 번이라도 나에게 정성 가득한 음식을 대접하며 나를 사랑해 주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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