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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크리스마스는 왜 12월에 있는 거야

by 또피

“네가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할 거야”라는 어린 왕자의 명대사가 있다.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이지만, 나는 11월 중순부터 행복해진다. 음식점, 카페, 길거리 심지어 헬스장에서도 들려오는 캐럴과 반짝이는 트리는 나의 가슴을 설렘에 가득 차게 만든다. 최근에 잠실 롯데월드 몰로 대형 트리를 보러 갔다. 꽤나 쌀쌀한 날씨였는데 귀찮음에 겉옷을 그냥 차에 두고 나와 얇은 옷차림이었는데도 백화점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풍겨져 오는 따뜻한 크리스마스의 기운에 추위도 잊은 채 대왕 트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바쁘게 가던 중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는 곳을 봤더니 올해는 크리스마스 마켓도 운영을 하고 있었다. 가본 적은 없지만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이런 분위기려나? 줄이 너무 길어서 입장은 포기했지만 밖에서만 바라본 마켓조차도 정말 훌륭했다. 환한 조명으로 장식된 외관은 물론 설레는 마음으로 손을 호호 불며 줄을 서있는 사람들의 행복이 가득 담긴 표정을 보니 그 기분이 나에게까지 전달되는 듯했다.

드디어 대왕 트리를 접선했다. 작년과 별다를 바 없는 트리에 미로까지도 그대로였는데 어쩐지 올해는 더 웅장하고 새롭게 느껴졌다. 압도적인 크기에 풍부한 오너먼트까지, 가까이서 보니 가득 찬 트리가 두 눈 가득히 쏟아질 것만 같았다. 사진을 찍으려고 여기저기 넘쳐나는 인파조차도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어쩜 트리는 이렇게 봐도 봐도 예쁜 건지.

집에도 큰 트리를 꾸며놓고 싶지만 10평이 채 되지 않는 자취방에는 역시 무리다. 아쉬운 마음에 트리, 오너먼트, 전구까지 함께 판매하는 미니 트리 패키지를 구매했다. 사실 크기가 작아서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작은 트리의 거대한 힘은 대단했다. (집이 넓지 않아서 오히려 작은 트리가 더 어울렸을 수도?) 조명은 8개의 버전과 3단계로 강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뭐가 가장 어울릴까 고민하다 보니 30분 동안 트리만 쳐다보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소파 커버도 교체하고 눈발이 흩날리는 로맨틱한 거리의 풍경이 있는 액자도 구매했다. 트리는 준비 완료, 앞에 루돌프 인형까지 두니 이제 집에서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집에서 맛있는 음식에 와인을 곁들이며 행복한 연말을 보내고 싶다. 이 설렘을 즐길 날이 이 주가 채 남지 않았다니.. 차라리 크리스마스가 겨울의 끝자락인 2월에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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