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더욱 성장하겠지
4일 뒤면 어김없이 새해, 2024년이 찾아온다. 아직 2023이라는 숫자도 익숙하지 않은데 다가올 새로운 해와 나이는 어색하기만 하다. 10대의 인생속도는 10km, 20대는 20km, 30대는 30km라는 말을 증명하듯 유년시절부터 함께했던 고향 친구들과 만나면 새삼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는 이야기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제는 처음, 시작,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하고 반복적인 하루하루가 대부분인 내 인생의 속도는 어느덧 30km를 향해 달리고 있다.
나이가 먹고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나는 이런 생각을 남자친구와 나눈 적이 있었다. “30살이 다가오는 게 믿기지 않지 않아? 나는 진짜 나이 먹는 게 싫어”라고 말하자 남자친구는 “나는 30살이 기대되는데? 올해도 작년보다 더 성장해 있으니 30살에 나는 지금보다 더 멋있고 능력 있는 사람일 거 같아” 내리막길이라고 단정 지으며 두려움에 눈을 감고 달리다 문득 멈춰 서니 그곳은 넓고 푸른 평야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말은 신선한 충격이자 한줄기 빛 같았다. 젊음의 특권인 생기가 사라지고, 하루하루 몸은 무거워지고, 나이에 걸맞은 책임에 대한 부담감에 사로잡혀 아직도 꾸준히 대견하게 성장하고 있는 나에 대해서는 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만 생각했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올해에 나는 많은 것을 이뤘다. 매년 그 해에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올해는 1개 빼고 모두 달성했다. 입사와 동시에 기하급수적으로 쪘던 나의 살들도 감량해 오히려 전보다 더 만족하는 몸을 만들었고, 이제는 회의시간에 기죽지 않고 생각을 말할 수 있고, 아 최근에는 연속 2번으로 나의 아이디어가 팔리는 아주 뿌듯한 일도 있었다.
남자친구의 말대로 나는 작년의 나보다 더 성장해 있다. 같은 사건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은 무한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왜 그토록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했을까. 올해도 꾸준히, 부단히, 기특하게 성장했다. 내년에도 또 다른 슬픔과 걱정은 찾아오겠지만 행복에 집중하며 살아가자. 내년 이맘때에는 더욱 성장한 나의 모습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