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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또 올게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인사

by 또피

‘다음에 또 올게!’라는 말이 은은한 슬픔과 함께 불안하게 나올 때가 있다. 땅과 점점 가까워지는 허리, 살보다는 가죽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듯한 늘어지고 거친 피부, 기운 없이 작고 가녀린 목소리. 그 집을 떠날 때 던지는 다음을 기약하는 인사는 예의보다는 지금처럼만 이곳에 있어달라는 나의 소망이 담긴 말이기도 하다.

어려서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은 가까운 외할머니댁에 나를 자주 부탁하곤 하셨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나를 금이야 옥이야 귀중하게 보살펴주셨고 할머니댁에 가는 일은 부모님과 떨어지는 시간이 아닌 새로운 사랑을 받으러 가는 시간이 되었다.

새벽에 일어나 외할아버지 차를 타고 외할머니와 셋이 함께 목욕탕에 갔다가 바나나우유를 먹으며 돌아오던 기억, 여름에 할머니댁 마당에서 호수로 시원하게 물놀이를 하던 기억, 할머니와 함께 시골길을 산책할 때 불러주시던 노래. 선명하진 않지만 나에게 그때의 기억은 행복과 사랑으로만 가득 차 있다.

떠나는 연인은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흐르는 세월은 절대 잡을 수 없다. 내가 점점 성장하고 더 큰 세상으로 나오며 싹을 틔울 때 할머니, 할아버지의 열매는 떨어지고 잎은 점점 시들어가고 있었다. 가끔 본가에 가면 할머니댁에 가곤 하는데 이제는 어렸을 때처럼 그 시간이 즐겁지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의 병약하고 힘없는 모습을 직면하는 일은 너무 어렵고 아프다.

내가 받은 사랑을 돌려줘야 하는 것을 잘 알지만 쉽지가 않다.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는 인생의 끝으로 끌러가는 힘없는 나의 사랑들에게 어떤 말을, 어떤 것을 해드려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올해에는 ‘다음에 또 올게’라는 인사가 점점 더 슬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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