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스몰토크는 어려워

by 또피

나는 I다. 회사를 다니기 전까지만 해도 외향성이 더 짙은 E였는데 입사를 하고 난 후부터 내향적으로 변화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를 다니면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젊음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있던 나의 에너지는 고갈된 거 같다.


혼자만의 시간으로 나를 충전하고 언제부터인가 이틀 연속 약속은 부담이 되어버린 내향적인 나에게 사회생활을 하며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스몰토크이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스몰토크를 해야 할 때가 무수히 많다. 엘리베이터에서 회사 사람을 마주쳤을 때, 팀원들과 식사를 할 때, 화장실에서 상사를 마주쳤을 때 등등 이 모든 순간들은 짧지만 나에게는 플랭크를 할 때만큼 시간이 더디게 흘러간다.


입사 초기, 한 번은 라운지에서 텀블러에 물을 따르고 있는데 같이 프로젝트를 했던 다른 팀 국장님이 내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계셨다. 맙소사. 500ml 물 따르는 시간이 언제부터 이리 길었던가. 나는 별로 궁금하진 않았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고 어색하지 않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질문들을 굉장히 부자연스럽고 어색하게 쏟아냈다. 국장님도 느끼셨겠지. 귀여운 사원의 사회생활을 위한 발악을.


그래서 나는 짧지만 일상에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스몰토크의 순간들을 의연하고 부드럽게 흘려보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이건 성격의 차이일까 경험의 차이일까.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나만의 노하우가 생겨 직급, 시간대, 장소에 따라 늘 나오는 나만의 토크 리스트가 생겼지만 같은 사람을 자주 마주칠 때면 조금 난감하다. 나도 스몰토크의 장인이 될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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