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분이 왜 좋은가 했더니 그게 왔구나

가을 같은 사람

by 또피

선선한 바람이 나를 설레게 만든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불태웠던 에어컨은 긴 잠에 들 준비를 하고 선풍기의 날갯짓도 잠잠해졌다. 가볍고 뜨거웠던 여름옷들이 옷장 속 폭닥한 친구들을 하나 둘 불러낸다. 다시 들어간 그들은 유행이 지나서 취향이 바뀌어서, 어떠한 이유로 버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볼쾌지수, 장마, 폭염이라는 단어들은 멀어지고 바람, 꽃구경, 산책이란 가을의 대표 단어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휴일이면 뜨거운 여름으로부터 나를 지켜 줄 실내가 아닌 점점 짧아지는 가을을 놓칠세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야외로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세상 많은 것들의 교체가 일어나는 기간. 그 교체의 목적이 가을맞이라는 것에 괜히 몽글몽글해지는 기간.

점심을 먹으러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회사 선배에게 날씨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선배는 그 말을 하는 내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그 행복이 자기한테까지 전해진다는 말을 했다. 아, 행복은 전염되는 거였지.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어 자연스럽게 걸음이 느려지는 계절.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단풍잎에 카메라를 들며 낭만을 기록하는 계절.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계절. 언제나 가을 같았으면 하는 마음. 나도 누군가에게 가을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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