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새로운 영역을 찾아서

대한민국 야생 너구리, 달이

by viper

야심한 밤, 1마리의 고라니가 풀숲에서 나와 물을 마시고 있다. 이상한 기척이 느껴져 잠시 경계를 하지만 다행히 황소개구리였다.


그 고라니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 물을 마시는데 전념한다. 하지만 뒤에서 고라니를 노리는 날카로운 시선이 있었고, 그 생물은 서서히 고라니에게 다가왔다.


고라니가 위험을 느끼고 달아나기 시작하자 수풀에서 들개 1마리가 튀어나와 그 뒤를 추적했다. 고라니는 있는 힘을 다해 전속력으로 도주했고 그렇게 들개와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맞은편 풀숲에서 다른 들개가 나타나 고라니를 덮쳤고 그대로 고라니의 목을 물어뜯었다. 불의의 기습에 고라니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아우우우!!"


다음날


"좋아, 준비는 다 됐어!"


다음날 아침이 되자 나는 그동안 내가 머물렀던 영역을 뒤로하고 새로운 영역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어젯밤 족제비의 습격으로 이곳이 안전하지 않고 또 다른 포식자가 언제 이곳으로 올지 모르기 때문에 떠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정말이지... 여기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


그렇게 나는 새로운 영역을 찾아 먼 길을 떠났다. 나는 하천의 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계속 걸었으나 새로운 영역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어떤 곳은 먹이가 부족하고, 또 어떤 곳은 이미 임자가 있었고, 어떤 곳은 위험한 것들이 많았다.


그렇게 열흘을 밤낮으로 영역을 찾아 걸어 다녔고 걸어 다니면서 각각의 다리 밑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내가 본 다리의 개수가 20개는 되어갈 무렵 마침내 하천의 물줄기들이 하나로 뭉쳐지는 곳에 도달했다.


강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물줄기는 내가 살았던 하천보다 물의 양과 폭이 훨씬 넓고 많았으며 강 주변으로는 듬성듬성 습지와 웅덩이가 있고 그 주변에 나무와 풀들이 우거져 여러 개의 녹지를 이루고 있어 그야말로 천국이라 불릴만한 생태계의 이상향이었다.


"굉장하다..."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풍경이라 나는 잠시 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 감상에 젖어있을 무렵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거리며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하긴... 여기 오면서 제대로 먹은 게 없었지? 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여기서 먹을만한 걸 찾아서 배를 채워보실까? 뭐가 있으려나?!"


나는 인근 풀밭에서 코를 대고 킁킁 거리며 먹이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먹이를 찾기 시작한 지 15~20분이 지났을 무렵...


"이건?!"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필사적으로 땅을 파해치기 시작했다.


뚱딴지(돼지감자)

국화목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로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 해바라기의 친척이지만 감자처럼 녹말이 덩이줄기에 축척되어 있다.


"아삭한 식감에 담담한 맛인데도 자꾸 입이 가는 맛이네.. 응?! 이 냄새는...?!"


돼지감자를 캐 먹고 있을 때,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풍겨져 왔다.


"그래 틀림없어, 분명 이 냄새는..."


냄새를 따라가 보니, 그곳에는 고라니의 사체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나는 이게 웬 횡재냐면서 고라니의 사체를 정신없이 뜯어먹었다. 포식자의 흔적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말이다.


"진짜 여긴 천국인가 봐, 먹을 게 엄청 많아...ㅎㅎㅎ"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곳이 마냥 천국인 줄로만 알았다. 먹이가 많은 환경에는 포식자나 경쟁자가 많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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