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들개의 영역 1

대한민국 야생 너구리, 달이

by viper

내 이름은 달이, 족제비와의 사투 이후 내 영역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새로운 영역을 찾아 나섰고, 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열흘을 걸은 후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 도착하게 된다.


"어우, 맛있다. 이런 곳에 고라니가 죽어 있다니 완전 횡재했네.."


새로운 땅에 도착하고 먹이를 찾던 나는 운 좋게 고라니의 사체를 발견해 모처럼의 포식을 즐기고 있었다.


"죽은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육질 아주 연하... 응?!"


고라니의 고기를 정신없이 뜯어먹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고라니의 고기가 죽은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육질이 매우 연했다. 본래 동물은 죽으면 사후 경직이 와서 질기기 마련인데, 이 고라니는 고기가 매우 연하고 따뜻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깨달은 나는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살폈고, 고라니의 사체 근처에서 내 발자국보다 커다란 들개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들개의 털과 배설물도 발견되었다.


"이런 젠장... 고라니의 사체를 발견했을 때부터 좀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하는데, 분명 사체가 있다면 다른 포식자도 근처에 있다는 건데... 그 걸 까맣게 잊어버리다니..."


"서둘러, 여길 벗어나야해! 분명 근처에 들개가 있을 지도 몰라!"


나는 먹던 고라니의 사체는 버려두고 허둥지둥 자리를 박차고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더 빨리, 더 멀리, 최대한 사체로부터 벗어나야해.. 설마 여기가 들개의 영역이었을 줄은..."


그렇게 정신 없이 달리던 도중 근처의 수풀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뭐지?! 설마 들개인가?! 하필이면 이럴 때...!"


잔뜩 긴장한 내 앞에서 나타난 것은 고라니였다.


고라니

경우제목 사슴과에 속하는 포유류. 몸길이 80~120cm, 몸무게 15~20kg. 국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한국의 초식성 포유류


"뭐야, 고라니였잖아..."


그렇게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사이 근처 수풀 속에서 무언가 튀어 나왔다. 바로 들개였다.


들개는 빠른 속도로 고라니에게 달려들었고, 고라니는 빠른 속도로 도망쳤고, 들개 역시 빠른 속도로 뒤쫓았다. 그렇게 고라니가 도망치나 싶었지만 맞은 편 수풀에서 다른 들개 1마리가 튀어나와 고라니를 덮쳤다.


"아악, 아악, 아아악!!"


들개에게 공격당한 고라니는 어떻게든 달아나보려고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들개들은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아악, 아악! 아아아...악...!"


이윽고 날카로운 들개의 송곳니가 고라니의 숨통을 물어뜯었고 고라니는 비명을 지르며 저항했으나 이내 잠잠해졌다.


고라니의 숨통이 끊어지자 흩어져 있던 들개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상처가 나있는 개체를 시작으로 하나 둘 씩 게걸스럽게 고라니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나는 그 처참한 광경을 숨어서 지켜볼 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끔직하군...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야...?!"


순간 나는 낙엽과 나뭇가지를 밟아버렸고, 그 소리를 들은 건지 상처가 난 들개 하나가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왜 그래? 대장?"

"아무래도 쥐 새끼가 근처에 숨어있는 것같군..."


그 들개는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고 내가 있는 쪽으로 녀석의 주둥이가 향하기 시작했다.


"젠장... 들켰다...!!"


일이 잘못됬음을 깨달은 나는 필사적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고 태어나면서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놈을 당장 잡아라!"


상처가 난 들개는 들개 무리에 명령을 내렸고 들개들은 식사를 중단하고 내 뒤를 뒤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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