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험난하고 무섭고 고달픈 세상

대한민국 야생 너구리, 달이

by viper

"삐, 삐, 삐, 삐, 삐"

나를 포위했던 들개 무리는 무언가에 화들짝 놀라 달아났지만 어디선가 이상한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 기척은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저게...?!"


그 기척은 점점 가까워지더니 온몸이 금속으로 되어있고 다리가 5개 달린 생전 처음 보는 기이한 물체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기이한 모습에 그대로 얼어버렸고 그 안에서 인간은 괴이한 물체를 부리고 있었다.


"아놔, ㅈ같은 들개 ㅅㄲ들 공사 현장에서 모여가지고 ㅈㄹ이여..."


그 인간은 자신들의 언어로 혼자 중얼거렸고, 나는 이 상황이 몹시 무서워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러다 그 인간은 나를 발견했고 괴이한 물체에서 나와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여 너구리잖여? 아니 시방 여그에 왜 너구리가 있는겨? 길 잃은겨?"


그 인간은 나를 보더니 중얼거리더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인간은 커다란 덩치에 기다란 앞발로 나를 붙잡으려고 했고 인간에서 나는 기분 나쁘고 이질적인 냄새와 이질적인 생김새 때문에 나는 몹시도 놀란 나머지 크게 울부짖음과 동시에 그 자리에 배변을 지리고 달아났다.


너무나도 무서워서 놀란 나머지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났다. 그 이후의 과정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얼마나 정신없이 달렸는지 금세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먹을 거라도 찾기 위해 바닥을 킁킁거렸지만 간에 기별도 안 가는 벌레들만 보였고 먹을만한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힘 없이 몇 시간을 걸었을까 어디선가 맛있는 비릿한 냄새가 풍겨져 오기 시작했다. 이 냄새... 분명 물고기다. 그것도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물고기의 냄새다.


나는 좋아라 하며 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빠르게 뛰어갔다. 그러자 그곳에는 큼지막한 큰입배스의 시체들이 물가의 바위 위에 가지런하게 올려져 있었다.


나는 이런 먹음직스러운 사체들을 보고 잠시동안 감격했고 제일 덩치가 큰 배스의 사체부터 먹기 위해 입을 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키잇, 키잇, 키이잇!"


어디선가 다른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한 무리의 수달들이 나를 보고 화를 내며 쫓아오기 시작했다.


유라시아수달

식육목 족제비과에 속하는 포유류. 몸길이 57~95cm, 무게 8~12kg의 대형 족제빗과 동물.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들은 배스의 사체에 입을 대려는 나를 보고는 몹시 화를 내며 쫓아오고 있었다. 아뿔싸, 내가 먹으려고 했던 배스의 사체들이 사실은 저 수달들이 사냥해 둔 먹잇감이었다.


수달은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바위 위에 늘어놓는 습성이 있으며 과거에는 이 모습이 제사를 지내는 것 같다고 해서 '달제어'라는 사자성어로 표현됐다.


자신들의 먹잇감에 손을 대려고한 침입자의 출현에 수달들은 몹시 화가 난 수달 무리는 침입자를 응징하기 위해 단체로 달려왔다. 그 모습에 기겁한 나는 배스에 입도 대보지도 못하고 헐레벌떡 도망쳐야만 했다.


수달 무리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제법 오랫동안 나를 쫓아왔다. 나는 이번에도 죽을힘을 다해 달렸고 간신히 수달 무리를 따돌렸다.


수달 무리를 따돌리긴 했지만 무리하게 달린 탓인지 아니면 하루동안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마시지도 못했던지라 어지러웠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얼마 걷지 못하고 나는 기력이 다해 어느 풀숲에서 지쳐 쓰러졌다. 의식이 희미해질 때쯤, 내 눈에서 1마리의 너구리가 눈앞에서 아른거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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