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야생 너구리, 달이
"... 윽... 여긴 어디지?"
풀숲에서 쓰러진 후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누군가가 사는 은신처 안에 누워있었다.
"여긴 어디지? 내가 왜 여기에...?"
"이제 일어난 게냐? 어린것아..."
어리둥절해 있는 내 앞에 1마리의 늙은 동족이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늙은 동족을 향해 송곳니를 보이며 몹시 경계했다.
"당신은 누구지? 날 왜 이런 곳에 데려온 거지?"
"훗... 다행히 나에게 송곳니를 드러낼 기력은 있나 보구먼..."
"날 어쩔 셈이지? 무슨 이유로 날 이리로 끌고 온 거지?"
"기껏 구해줬더니만 송곳니를 드러내다니..."
"구해줘...? 나를?"
"그래, 난 본디 호기심이 많아서 말이지... 자넨 이 지역에 사는 동족은 아닌 것 같은 데다... 뭔가 사연이 많아 보여서 말이지... 껄껄껄."
내가 늙은 동족의 말에 경계심이 누그러질 무렵,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앗..."
"배가 고픈가 보군... 하긴 딱 봐도 하루 종일 굶은 것 같아 보이니, 껄껄껄..."
그 늙은 동족은 은신처에 나가더니 잠시 후 처음 보는 생김새의 큼지막한 물고기를 은신처 안으로 가져왔다.
"어서 드시게..."
"이건 뭐지...? 잉어 같은데 비늘이 없어..."
"이건 향어라는 거라네..."
"향어?"
향어
유럽잉어의 개량종으로 식용을 목적으로 1970년대부터 국내에 수입되어 일부 개체가 야생에서 발견된다.
"향어라... 이런 물고기는 처음이네..."
"향어를 처음 본다고? 역시 자넨 여기 출신이 아닌가 보군."
"응... 꽤 멀리 왔거든, 원래는 작은 천에 살았는 데 열흘 전부터 영역을 옮기면서 이리로 오게 됐거든..."
"홀홀... 그 먼 곳에서 이곳까지 오다니... 정말이지 내 옛날 모습을 보는 것 같구먼... 나도 젊었을 적에는 혈기 왕성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적이 있었지... 껄껄껄..."
"지금은 몇 살인데?"
"18살이라네... 젊은이."
"18살?!"
야생 너구리의 평균 수명은 약 1.8~3.1년으로 사육 시 최대 20년을 살기도 한다.
"정말이지 내 옛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구먼... 나도 그땐 그랬지..."
"당신도 젊었을 땐 참 혈기 넘었구먼... 근데 당신은 이름이 뭐야?"
"쿤... 그게 내 이름이라네..."
"쿤이라... 난 달이야."
"그나저나 달이, 자넨 여기가 처음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 맞아, 영역을 찾아 떠돌다 보니 오게 됐어."
"그렇구먼... 그렇담 자네, 잠시 동안 나와 함께 무리를 이루지 않겠는가?"
"뭐? 무리를 이룬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