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도시의 무료 급식소

대한민국 야생 너구리, 달이

by viper

"매일 먹이를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


"에이, 세상에 그런 게 어딨어? 이 세상의 모든 동물들의 먹이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는 게 이 세상의 법칙인데, 이 늙은이가 노망이 났나?!"


나는 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어질 수 없었다. 본디 야생에서 나고 자란 동물이라면 자신의 능력으로 직접 먹이를 구하며 그 과정이 힘들다는 것은 이 세상 모든 동물의 진리인데, 그렇지 않고서 먹이를 구하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나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런 게 가능했으면, 영감님 혼자서도 충분하잖아? 그럼 왜 나하고 무리를 짓자고 한 거야?"

"홀홀... 넌 아직 어려서 잘 모르나 보구나... 이 도시의 급식소를..."


"급식소라니? 그게 뭔데?"

"역시나 모르는군... 인간이라는 건 알고는 있나 젊은이."

"날 뭐로 보고! 그야 저 콘크리트로 된 건물들에 살고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이질적인 동물이잖아..."

"제대로 알지는 못하는군... 쯧쯧쯧... 이제 거의 다 왔네!"


얼마나 걸었을까 이질적이면서도 맛있는 고기의 냄새가 멀리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냄새의 진원지에서는 인간들이 쓰는 그릇에 고기 냄새가 나는 작은 알갱이들이 수북하게 담겨 있었다.


"이게 뭐지?!"


나는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건 사료라는 거네."

"사료라고?"

"이 자리는 원래 인간들이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설치해 놓은 자리라네, 사료라는 것은 원래 고양이나 개들의 주식인데, 인간들이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이런 걸 도시에 설치해 두더군."


"이거 먹어도 되는 거야?"

"물론이네, 저길 보시게나."


접시에 담긴 사료를 족제비가 허겁지겁 먹다가 우릴 보고 자리를 벗어났다.


"원래 사료는 개나 고양이가 먹는 건데, 이게 우리 같은 다른 야생동물들도 충분히 먹을 수 있다네, 요즘에는 젊은이들은 아예 사료로 배를 채운다고 하네."

"그 말은...?"

"물론 우리도 먹을 수 있다는 걸세."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접시에 코를 박고 폭풍흡입을 시도했고 쿤도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맛은 굉장히 맛있었다. 쿤이 말한 것처럼 최근에는 이거로 배를 채운다는 동족들이 있다는 것이 납득이 갈 정도였다.


그러나 접시에 담긴 사료는 나와 쿤의 배를 채우기에는 살짝 모자랐다. 그리고 나는 궁금해졌다. 사냥하기 힘들면 그냥 사료만 먹어도 되는 걸 쿤은 왜 나와 무리를 짓자고 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어 쿤에게 물어봤다.


"왜 그러냐고 그건..."

"이봐! 거기 저리 비켜!"


그때였다. 커다란 덩치를 지닌 동족이 나타나 송곳니를 드러내며 우리를 급식소에서 쫓아냈다.


"칫, 늙은이랑 애송이 자식, 깨끗이도 먹었네... 어라?! 여기 하나 더 있었구먼! 잘 먹겠습니다!"


덩치 큰 동족은 다른 접시에 있는 사료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케, 케겍... 뭐, 뭐야 이거?! 서, 설마..."


다른 접시의 사료를 먹은 덩치 큰 동족은 괴로워하다가 이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뭐,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교활한 인간 놈들, 일부로 한 접시에만 독을 탔군..."


일부 사람들은 너구리가 싫다는 이유로 길고양이 사료에 타이레놀을 타는 경우가 있다.


"운이 좋았군, 다른 접시의 사료까지 먹었으면 우린 분명 저렇게 죽었을 테지..."

"독이라니, 대체 왜?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 사료에 독을 탄 건데? 대체 뭐 때문인데!"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라네, 인간들은 그냥 우리가 싫어서 독을 탄 거라네..."

"단지 우리가 싫어서...? 고작 그런 이유로 이런 짓을 벌인다고?"

"그렇네, 본디 인간이란 그런 존재라네..."


"우리 동물들과는 차원이 다른 악의를 가진 존재,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자신들 마음대로 세상을 만들고, 자신들의 심기에 거슬리는 건 모두 죽여버린다. 고것이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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