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야생 너구리, 달이
"부~후, 부~후!"
"응? 이게 무슨 소리지? 새소리겠지... 제발 좀 까져라!"
내가 밤송이에 집중하고 있을 무렵 높은 가지 위에서 1마리의 최상위 포식자가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적당한 타이밍을 포착한 포식자는 2m나 되는 날개를 펼치며 조용히 날아올랐다.
"좋아 까졌다. 그럼 잘 먹겠습니... 엉?"
내가 밤송이에서 밤을 분리해 내서 밤을 먹으려는 사이 소리소문 없이 다가온 포식자는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 들어 나의 숨통을 끊으려는 순간...
"컹, 컹, 컹!!"
쿤이 달려와 송곳니를 드러내며 맹렬히 짖어대자 포식자는 예상치 못한 기습에 놀라 황급히 방향을 틀어 착지했다.
"괜찮은 겐가? 달이?!"
"으응, 난 괜찮아, 근데 저 녀석은 뭐야?"
유라시아수리부엉이
올빼미목 올빼미과에 속하는 맹금류로 익장이 최대 2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부엉이. 통칭 밤의 제왕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수리부엉이는 갑자기 난입한 쿤에 의해 자신의 사냥을 방해를 받았던 것에 대해 매우 불편한 기색을 보였고 이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해, 해치운 건가?"
"아닐세, 놈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냥꾼은 아니라네..."
"그 말은..."
"놈이 이거 가지고 포기할리는 없다네, 어서 달리게 전속력으로 달리게...!!"
"부~후,부~후!!"
나와 쿤은 전속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고 아니나 다를까 놈은 다시 우릴 뒤쫓기 시작했다.
"젠장 무슨 새가 너구리를 잡아먹는 거냐고?!"
수리부엉이의 먹이는 주로 중소형 조류와 소형 포유류지만 경우에 따라 너구리와 같은 소형 식육목 포유류나 소형 우제목 포유류를 노리기도 한다.
"갈라져서 달려! 그게 더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는 쿤에게 갈라져서 달리자고 지시했고, 나와 쿤은 갈라져서 달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쿤은 녀석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문제는 놈이 계속 나를 뒤쫓고 있다는 것이다.
"젠장, 이대로 계속 달리고 있으면 분명 놈에게 붙잡힐 텐데..."
최대한 놈의 그림자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렸고 소리 없이 날아다니기 때문에 놈을 따돌렸는지 알 수가 없어 공포심만 커져가고 있었다.
그 순간 수풀에서 고라니 1마리가 튀어나왔다. 앞쪽에 고라니, 뒤에는 수리부엉이,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 펼쳐졌다. 이대로 다 끝났다 싶었던 그때였다.
"아, 아악, 아악!"
날 뒤쫓던 놈이 갑작스럽게 목표를 변경한 것이다.
녀석의 발톱은 고라니의 살을 파고들었고 강한 악력으로 고라니의 숨통을 조였다. 고라니는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쳤지만 잠시 후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무시무시하군..."
"괜찮은가?!"
흩어졌었던 쿤이 찾아왔고 우리는 서로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우리 모두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정말이지 운이 좋았구먼, 설마 그 수리부엉이가 표적을 바꿀 줄은..."
"고라니가 아니었음 분명 나도 저렇게 되었겠지..."
"일단은 자리에서 벗어나게나... 괜스레 근처에 있다 놈의 심기를 거스르게 해선 안되니..."
우리는 녀석이 고라니를 뜯어먹는 사이 조용히 자리를 벗어났다.
"그나저나 이런 산에도 우릴 위협할 수 있는 포식자가 있다니..."
"그거야 당연한 걸세... 본디 생태계라는 건 피식자와 포식자가 존재하는 거니... 어딜 가서라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는 걸세..."
"피식자와 포식자..."
처음 산림이라는 생태계에 간 그날 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어디서든 간에 포식자와의 충돌이 벌어질 수 있기에 나는 치열한 생존 싸움이 벌어지는 이 세계가 두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