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야생 너구리, 달이
"살아있었나? 그때 그 너구리..."
"대장, 어떻게 할까요?"
"뻔한 것 아니냐? 어서 놈을 쫓아라!"
한편
"미안하군... 오늘은 같이 사냥을 가기엔 몸 상태가 영 좋지 못해서... 쿨럭쿨럭..."
"아니야, 쿤 당신도 연세가 꽤 많은 데, 언제까지 나와 같이 돌아다닐 순 없잖아, 이번만큼은 편히 쉬라고... 내가 꼭 맛있는 걸 잡아올게!"
나는 오늘따라 몸이 좋지 않은 쿤을 뒤로하고 오래간만에 나 홀로 먹이 사냥에 나섰다. 쿤이 연세가 많으니 기력을 보충해 주기 위해 가재나 개구리, 식물보다는 더 영양가가 많은 걸 먹여야 한다.
나는 평소보다 더 신중하게 땅바닥에 코를 대고 먹이의 냄새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하늘이 나를 돕는 건지 얼마가지 않아 먹이의 흔적을 발견했다.
"이 기다란 비닐 같은 건 분명... 뱀 허물이다."
그렇다 바로 뱀의 흔적이다. 크기도 족히 1m는 넘어 보이는 대형개체다. 잘만 추적하면 대물을 잡을 수 있어 오늘 쿤도 나도 포식을 할 수 있다. 게다가 허물의 상태도 얼마 되지 않았다. 분명 근처에 있다.
나는 허물이 발견된 일대를 중심으로 냄새를 집중적으로 맡으며 먹이를 추적해 오기 시작했다. 물가의 풀숲에서 한참을 수색한 결과 먹이의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분명 근처에 놈이 있다. 놈이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접근한 뒤 덮쳐야 한다. 어설프게 덮쳤다간 놈이 빠르게 빠져나간다.
나는 살며시 그 뱀의 뒤를 밞았고 빠르게 뱀을 덮쳤다. 뱀은 자신을 덮친 천적의 존재에 놀라 물려고 시도했다. 나는 황급히 뱀으로부터 떨어졌다. 처음에는 평범한 뱀인 줄 알았는데, 털에 작은 물방울들이 맺혀 있었다.
그렇다 이 녀석, 독사다.
유혈목이
뱀목 뱀과에 속하는 파충류로 흔히 꽃뱀이라 부른다. 몸길이 0.5~1.2m에 달한다. 한때 독이 없다고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에 독사로 알려졌다. 독성은 강한 혈액 응고 작용으로 혈관 내에서 미세한 혈전 형성을 유발한다.
게다가 이 자식 크기도 1.2m는 족히 되어 보이는 대형 개체다. 사냥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다행히 놈은 도망치진 않고 똬리를 틀며 나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유혈목이는 기다란 몸을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며 나를 독니로 물어버리려 달려들었다. 나는 재빠르게 놈의 공격을 피했고, 앞발로 유혈목이의 머리를 짓밟았다.
그 뱀은 괴로워하며 몸부림치기 시작했고 나는 그대로 유혈목이의 목을 물어뜯었다. 그러자 놈은 최후의 발악이라도 할셈인지 기다란 몸으로 내 목을 휘감았다.
내가 유혈목이를 무는 힘이 강해질수록 놈이 내 목을 더욱더 강하게 조여왔다. 그렇게 먹는 자와 먹히는 자의 싸움이 팽팽해질 무렵 나는 끝장을 내기 위해 턱에 온 힘을 집중했고 그 결과 내 목을 강하게 조이던 유혈목이는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나 스스로의 힘으로 1.2m가량의 대형 유혈목이를 단독으로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커다란 사냥감을 혼자 잡았다는 사실에 금의환향하며 의기양양하게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나...
"왔는가?"
"오랜만에 보는구먼!"
"이게 얼마만이지?! 켈켈켈!"
보금자리에서 날 맞이해 주는 건 쿤이 아니라 날 쫓았던 들개 무리였다.
"설마 이 늙은 너구리와 무리를 이루며 살고 있었을 줄은 몰랐군..."
녀석들은 내 앞에 피투성이가 된 채 싸늘한 주검이 된 쿤의 사체를 내밀었다. 나는 지금이라도 달아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고 쿤의 사체를 확인하자마자 냅다 달아나기 시작했다.
"다들 뭐 하나, 어서 잡지 않고?!"
내가 달아나는 모습을 본 들개들은 곧바로 나를 추격해 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