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달이의 영역

by viper

1마리의 육식동물이 내가 잡은 꿩의 냄새를 맡았고 그 동물은 나로부터 사냥감을 빼앗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샤아아앗!"




식육목 고양이과에 속하는 포유류. 몸길이 75~90cm, 몸무게 4~6kg. 대한민국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


삵은 나를 보자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고 앞발을 휘두르며 나를 위협했다. 하지만 나 역시 내가 잡은 먹이인 만큼 남에게 빼앗기는 걸 원치 않았고 송곳니를 드러내며 필사적으로 위협했다.


2마리의 상위 포식자들은 서로 팽팽하게 대치했고 서로 날 선 경계를 하였다.


그렇게 침묵만이 흐르던 그때 삵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삵은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앞발로 내 얼굴을 후려갈겼고 뒤이어 다른 앞발로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나는 그 공격이 몹시도 아팠지만 내가 잡은 먹이만큼은 넘기지 않겠다는 신념만으로 그 고통을 참으며 힘으로 삵을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처음에 맹렬한 기세로 덤벼들던 삵도 나의 기세에 주춤하더니 전세가 역전되니 당당했던 기세는 사라졌고 승패가 판가름이 나자, 삵은 내가 잡은 꿩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냅다 달아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에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했고, 여기는 내 영역이라며 크게 포효했다. 그렇게 다른 상위 포식자를 상대로 먹이를 지켜내는 데 성공한 나는 내가 잡은 꿩을 양지바른 곳에서 먹기 시작했다.


꿩의 고기는 수꿩이라 질기긴 하지만 내가 잡고 내가 지켜낸 것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여태껏 먹었던 다른 고기보다 훨씬 맛있었다.


꿩을 먹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이 키가 큰 갈대밭으로 되어 있어 내가 몸을 충분히 숨기거나 도망치기에 유리한 데다, 들개들이 온 흔적들이 없고 습기도 비도 피할 수 있는 곳도 있어 나에게 있어 최적의 은신처인 것 같았다.


이런 최고의 은신처를 발견한 나는 방금 식사를 한 곳으로부터 멀지 않은 양지바른 곳에 볼일을 보며 이곳이 나의 영역임을 표시했다.


이로써 독립한 지 1~2달 만에 나에게도 번듯한 영역과 은신처가 생겼다.


정말이지 독립을 하고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첫 영역에서는 족제비와 만나 영역다툼을 하고 새로운 영역을 찾아 한강까지 내려오게 되어 들개들에게 쫓기고, 그러다 쿤을 만나 무리를 이루고 다양한 것들을 보고 경험하다 다시 들개와 늑대거북에 쫓기다, 그 끝에 새로운 영역을 찾아내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기까지...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일들을 겪게 되겠고, 때로는 어려운 일들도 있을 것 같지만...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다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뭐... 앞으로 어떤 이상한 동물들을 만나게 될지 장담 못하지만 말이다. 나와 비슷한 크기의 포식자라던가 나를 집어삼킬 수준의 포식자일지 아니면 작은 동물일지 콕 집어 말할 수 없다...


그렇게 모처럼 자신만의 영역을 이루고 사냥을 통해 배를 채운 나는 버드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잠들기 시작했으며 밤하늘에는 얼마 되지 않은 별들이 빛나고 도시의 불빛이 화려하게 수를 놓은 뭐랄까 아름다운 밤이었다.


한편 그 시각, 내 영역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는 한 마리의 처음 보는 동물이 앞발을 이용해 물가에서 무언가를 사냥하고 있었다.


"쿠륵, 쿠륵, 쿠륵"


그 동물이 지나간 자리에는 사람의 손자국과 유사하게 생긴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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