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시작
모 월 모 일
"으아아아.... 너무 늦게 일어났잖아! 이러다 회사 지각하겠어!!"
내 이름은 한서은 대한민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28세의 OL이다. 나는 오늘 늦게 일어나서 회사에 늦게 생겼다.
"늦었다, 늦었어! 빨리빨리.... 내 양복이 어디 있더라...?!"
"여기, 양복."
"아, 그래 고맙다 화령아. 으아.. 지각하겠네...."
"조심해서 다녀와, 서은아!"
"그래, 알았어!"
응? 이 여자는 누구냐고? 혹시 우렁각시 아니냐고?! 이 여자의 이름은 화령, 그러니까 귀신이다. 처녀귀신이다. 왜 다들 내가 처녀귀신과 동거를 하게 됐냐고?! 여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으니.....
때는 202N 년 2월 27일, 난 회사의 직장동료에게 한눈에 반했다.
"저는 현우 씨를 좋아해요!"
나는 직장 선배인 현우 씨에게 반해 고백을 했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안될 것 같아요...."
현우 씨는 나의 고백을 거절했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현우 씨께 나의 마음을 전했다. 예컨대 사랑에 빠진 소녀의 눈이란 반짝반짝 빛나는 법이라고... 그럼에도 현우 씨는 내 고백을 거절했다. 거기에 예상치 못한 방해꾼까지 있었다.
"설마 너 현우에게 고백하려고?! 꿈 깨시지...."
바로 현우 씨에게 들러붙은 처녀귀신이었다. 그 처녀귀신은 내가 현우 씨에게 고백을 할 때마다 비웃었고 현우 씨 주위를 맴돌며 자신이 애인인 것처럼 행동했다. 나는 내 눈앞에서 얼씬거리는 저 여자가 참으로 얄미웠다.
3월 1일 처음에는 나도 헛것을 보는 것인가 싶어, 병원에 갔었다. 그런데....
"보시는 바와 같이 뇌에 문제는 없으시군요. 분명 기분 탓이겠죠.."
"기분 탓이라고요?"
"환청이나 환각도 기분 탓이겠죠,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귀신을 보는 경우도 있는 데, 그거도 실은 환각이라고 하더군요."
"기분 탓....."
나는 병원을 나오고 혼자서 중얼거리며 길을 걸었다.
"그게 진짜로 환각이었나..?"
그렇게 터벅터벅 길을 걷던 도중 나의 눈앞에 한 점집이 눈에 띄었다. 나는 처음에는 점집에 들어가 봤자 뭐가 달라질까 싶었지만 가느다란 무언가라도 붙잡고 싶어서 그랬는지, 자석에 끌리듯이 점집에 들어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고민이 있어서요....."
점집에는 40대는 되어 보이지만 나이에 비해 동안인 흑발의 여성무당이 앉아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으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21세기에 귀신은 무슨 귀신이라며 생각했다.
"이 세상엔 귀신이 없다고 생각하시나 보군요?"
무당은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어떻게 내가 하는 생각을 꿰뚫어 본 건지 하며 놀라 어안이 벙벙해졌다.
"요즘도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 많으시죠, 다들 이 세계는 인간만의 세계라고 생각하지만 과거에는 다양한 존재들이 인류와 공존했었죠. 도깨비, 늑대인간, 용, 뱀파이어, 인어, 구미호 등 다양한 종족들이 인간과 함께 살았었죠."
"그런 게 진짜로 있었던 거야?! 아니 뭣보다... 이 분 진짜로 퇴마 하시는 뭐 그런 사람인 건가....?!"
나는 무당이 하는 말을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 밖이었기에 혼란스러웠지만 나는 내 앞의 사람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고 내 고민을 해결해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내 고민을 그 사람에게 털어놓았다.
"좋아하는 사람에 귀신이 들러붙어서 고민이라는군요. 근데 그 귀신이 그 남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제법 특이한 케이스로군요...."
그 여성은 내 사연을 듣고 잠시 골똘히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보통 처녀귀신과 같은 원귀들은 누군가에 원한을 지니고 복수하려 드는 경우가 많은데, 타인에 붙어 있으면서 어떠한 해를 입히지 않는 경우는 흔치 않죠, 그 경우에는 아마 현세에 대한 미련이 다른 곳에 있을 테니까요......"
"저... 그럼 그 귀신은 영원히 00 씨에게 붙어 있는 건가요?"
"아뇨 그 귀신의 한을 풀어나가면 그 귀신은 분명 성불할 것입니다. 한이 모두 풀리면 현세에 남아있진 않을 테죠...."
"한을 풀어라.... 그렇담 어떻게 해야 한을 풀 수 있을까요?"
나는 00 씨 옆에 맴도는 그 망할 여자를 떨어뜨릴 방법이 한을 푸는 것이라는 것을 알자, 집요하게 물어보았다. 내 질문에 무당은 이렇게 말했다.
"미래가 있다면 과거를 보아라."
"미래가 있다면 과거를 보아라?! 그게 무슨....?"
"성불의 기본조건은 과거의 한을 풀어내는 것,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과거를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불이 불가능합니다."
"그 여자의 과거를 파해치라는 소리인가...? 그게 말처럼 쉬울 리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하자 무당은 나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사인참사검과 부적들입니다. 필요하실 때가 있으실 겁니다."
"이걸 왜 저에게..?"
"귀신들과 엮이게 된다면, 언젠가 위험한 일이 생길 겁니다. 그렇기에 이 무구들이 당신을 지켜줄 겁니다."
나는 무당이 준 무구들을 챙기고 점집을 나왔다. 그러다 미래가 있다면 과거를 보아라라는 말이 생각나 그녀의 과거를 알기 위해 현우 씨에 대해 잘 아는 직장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은 씨 무슨 일이죠? 쉬는 날인데...?"
나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의 마음으로 현우 씨의 여자친구에 대해 선배에게 여쭤보았다.
"현우 씨의 여자친구? 화령 씨말인가요?!"
"네, 그분의 과거가 알고 싶어서요."
"그분, 현우 씨의 소꿉친구이자 첫 여자 친구이라고 8년 전 사고로 목숨을 잃었었죠... 참으로 엄청난 분이셨죠...."
"그럼 현우 씨를 맴도는 저게....?!"
"예전에 수많은 여자들이 현우 씨에게 고백을 하려고 했는데 다들 괴이한 현상 때문에 얼마 못 가 헤어졌다고 하죠...."
"이 여자, 상습범이었구먼...."
________
3월 2일, 난 다시 고백을 했지만 또다시 00 씨에게 차였다. 그리곤 말없이 화장실에 가는데, 그 망할 여자가 나를 따라왔다.
"꺄하하하, 그러니까 안된대도, 00 이는 내 거거든!!"
"악귀박멸! 귀신은 꺼져라, 악귀는 사라져라!!"
나는 그 여자에게 제령용 소금을 뿌렸다.
"끼아아 아!! 이게 무슨 짓이야? 누구보고 악귀라는 거야?! 잠깐 너, 내가 보이는 거야?!"
"당연하지, 지금껏 당신이 현우 씨 주변에서 한 거 전부 다!"
"그래? 그러면 내 소개를 해야겠군, 내가 누군지 궁금해하는 독자분들을 위해서.... 이 몸의 기념비적인 첫 등장이니까!!"
"아니 딱히 궁금하진 않은데.... 것보다 누구에게 소개를 한다고??"
"나의 이름은 이화령! 현우의 첫사랑이자 여자친구다! 다들 잘 부탁한다!!"
"어디 아크 위저드가 생각날 법한 자기소개로군... 근데 어딜 보고 소개하는겨?!??!"
"아무튼 현우는 내 남자! 그러니 가로챌 생각하지 말라고!"
"무슨 소리 난 꼭 현우 씨의 마음을 얻을 거라니까...?"
"아 네..... 딴 남자 찾아보세요.. 다음분...."
내가 한창 화령과 떠드는 사이 화장실에 차장님이 들어오셨다.
"저기 00 씨 혼자서 뭐라고 뭐라고 떠드시는 건가요?"
"아...."
_________
그렇게 회사 일이 끝나고 귀가를 하는 길에 00 씨를 만났고 길에서 현우 씨에게 다시 한번 고백을 시도했다.
"저 현우 씨를 좋아해요, 부디 사귀어주세요!!"
"현우 씨의 마음은 여전하시군요.... 저도 제 마음은 변치 않아서...."
"화령 씨 때문인가요? 화령 씨 일이 아직도 마음에 걸리시는 건가요?"
"네?"
"화령 씨 사건 때문에 아직도 화령 씨를 떠나보내시지 못하신 거 저도 다 알아요, 제가 반드시 그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드릴게요. 1년 동안 현우 씨와 함께하면서 현우 씨의 마음을 돌려보겠어요!"
"그래요.... 그렇게 해보죠...."
"1년이라니 그 마음이 쉽게 변할 것 같아?! 풉!"
"그건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그건 그렇고 당신은 왜 날 따라온 거야?"
"뭐, 걍 재미로 따라와 봤지.... 근데 그게 되겠어? 금방 나가리 될 텐데... 풉! 이참에 눌러앉아서 팝콘이나 뜯어볼까 봐....ㅋ"
"누가 나가리가 된다는 거야?! 거기 당신, 당신이 눌러앉은 이상, 나도 가만히 안 있어... 내가 당신의 한을 모두 풀어 성불시켜서 현우 씨 곁을 차지할 거라고!!"
"응 아니야, 그냥 이 세계에 눌러앉음ㅋㅋ!"
"진짜 내가 너 성불시킬 거라니까!"
"응 아니야.... 풉."
"아! 진짜 진짜 진짜, 진짜로 반드시 꼭 성불시킬 거라니까...!!"
3월 2일 이런 유치뽕짝한 자존심 싸움으로 나와 화령 이의 1년 동안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앞으로 벌어질 스펙터클한 앞 일 따윈 모르고 말이다......
"느그 엄마 뒤짐ㅋㅋㅋ"
"응 저쩔, 넌 니애비 뒤짐ㅋㅋㅋ"
저기...?! 이제 1화 끝났는 데 굳이 그러고 끝내야 하는 거니...?!!???!! 저기...?? 저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