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
"어디 있니? 레오야!"
한 여성이 늦은 밤에 잃어버린 자신의 반려견을 찾고 있었다.
"왈왈!!"
"아 여기 있었네.... 얼마나 걱정했다고....."
한 여성이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의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그곳에 크고 흰 털로 뒤덮인 짐승이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 소리를 내고 있었다.
"꺄아아악!!!"
여성은 도망치려고 했지만 금세 하얀 짐승에 붙잡히고 그대로 하얀 짐승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______
"살려줘!!"
"엄마아..!!!"
"흐아아암.... 또 그 꿈인가...?!"
3월 3일 아침, 난 또다시 그 꿈을 꾸었다. 8년 전 그날의 사건 이후부터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사방이 붉고 커다란 화염에 둘러 싸여 있고 검은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건물을 가득 채운 말하자면 지옥 같은 꿈으로 뭔가 생생하면서 기분이 나쁜 꿈이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은 무슨... 그 이상한 꿈 때문에다 회사를 가야 해서 ㅈ같은 아침이구만...."
어제, 진짜 진짜 진짜로 유치하게 싸우다 보니 나와 화령은 친해졌고 알고 보니 나와 동갑이라 말을 놓고 대화하는 사이가 됐지만 한 남자를 두고 다투는 사이라 아직은 서로 투닥거리는 사이다.
내가 눈을 비비고 부엌으로 가자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공중에서 그릇들과 음식들이 날아다니면서 아침밥상이 차려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뭐긴 뭐야? 아침밥상이지.... 밥이나 먹고 회사에 가시지?!"
"아니 아니 그거 말고, 저거 뭔데?! 저게 왜 공중에 떠다니는데?!"
내가 공중에 떠다니는 아침밥상을 보고 놀라며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화령은 웃으며 말했다.
"폴터가이스트야. 유령들에겐 기본 능력이지."
화령은 폴터가이스트 능력으로 그릇들을 띄우고 다 먹은 식기는 싱크대에 넣고 설거지를 하고, 식탁 위에 내 컵을 내 앞에 놓고 컵에다 적정량의 우유를 따라줬다.
"생각 외로 능력자시네..... 걍 잡귀 아니면 평범한 대학생이었을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아니었나벼..."
"후후후 사실 난 너의 생각 이상으로 어마무시한 여자.... 너하곤 다르거든, 너하고는 다르다 이 말이여~"
"아, 눼눼~ 또 시작이네.... 근데 말이지 당신 현우 씨가 좋으면 걍 영혼결혼식을 치르면 되는데, 왜 달라붙기만 한 거야?!"
나는 화령에게 평생 달라붙을 거면 영혼결혼식을 치르는 게 낫지 않냐고 물어봤다.
"영혼결혼식이라.... 그거도 좋을 듯하네.... 이참에 00 이를 평생 내 남자로 만들어버려서 영원한 나의 편으로...."
"이보쇼!! 이거 완전 위험한 여자구만.... 암튼 혹시 과거에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나는 거 없어?! 그래야 성불을..?"
내 말을 들은 화령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곤 대답했다.
"없어!"
"에에엑!??!!! 기억나는 게 없다고?! 자기가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이 왜 안 나는데, 그게 말이 돼?!???"
그녀는 자신 있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나는 그게 있을 리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말 그대로라니까, 진짜 기억이 않난다고!"
화령은 자신이 왜 죽었는지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순간 소방 사이렌이 울리자, 화령은 패닉에 빠졌고, 나 역시도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아 맞다, 오늘 소방점검이 있다고 했었지..."
"그, 그래 알고 있었다고 소방점검인 거... 불이 났을 리가 없잖아... 하하하....."
화령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떳떳하게 행동하나 나는 화령의 그런 점이 신경 쓰였다, 나도 8년 전부터 소방 사이렌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그녀는 나보다 민감히 반응하니까 무언가 있는 듯 보였다.
"아참, 너 회사 늦겠다."
"뭐?!!?!"
나는 서둘러 양복을 차려입고 문밖으로 나섰다. 그러다가 가방에서 무언가 발밑으로 떨어졌다.
"이건 경보기잖아....?"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이거라도 가지고 다니면 좋거든.... 으아, 지각이다....."
난 급하게 밖으로 달려 나갔다. 달려가는 도중에 근처에 있는 건물 외벽에 무언가 발톱으로 큼지막하게 긁은듯한 자국이 있었지만 지각할 것 같아서 무시하고 그냥 지나갔다.
그렇게 그날 밤
"하아.... 오늘도 겨우 제시간에 끝내서, 간신히 퇴근하네.... 정말이지 힘들다...."
나는 피로에 찌든 채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힘 없이 걸어갈 때 무언가 기척이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아무것도 없었고 나는 계속 갈 길 걸어가며 집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엄마, 어딨어? 엄마, 어딨 어?"
어디선가 아이가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에는 내가 잘못들은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이것은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길을 잃은 건가 싶어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막상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까.....
"꼬마야, 무슨 일이....."
웬 하얀 털을 지닌 괴수가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흉내 내고 있었다. 장산범이다. 아이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사람들을 끌어들여 잡아먹을 속셈이었다.
나는 황급히 놀라 도망을 치려다 넘어졌고 가방은 그 충격으로 안의 내용물이 쏟아졌다. 장산범은 나를 향해 군침을 흘리며 빠르게 다가왔다. 난 이제 죽었구나 싶은 순간 가방 안에 있던 부적과 사인참사검 액세서리가 눈에 띄었다. 어제 그 무당이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며 선물로 준 것이었다. 나는 일단 밑져야 본전으로 다가오는 장산범을 향해 부적 하나를 던졌다.
"크아아악! 이게 뭐야?!??!!"
그러자 부적이 장산범의 몸에 붙더니 녀석의 몸에 불길이 솟아올랐다.
"굉장하다....."
"인간 놈이 재주를 부리는 군.... 그래봐야 소용없다!"
장산범은 몸에 붙은 불길을 끄고 그대로 달려들었다. 나는 검 모양의 액세서리를 붙잡았고 그대로 손에 힘을 주자, 액세서리였던 것이 순식간에 사인참사검으로 변했다. 나는 그 사인참사검을 달려드는 장산범을 향해 휘둘렀다.
"크악!!"
참격에 맞은 장산범은 그대로 나가떨어졌고, 나는 다시 한번 더 참격을 날렸다. 그러나...
"똑같은 수에 당할 소냐..!!"
장산범은 앞발을 휘둘러 참격을 날려 내 참격을 상쇄시켜 버렸다. 그리곤 긴 털로 내 다리를 묶고는 그대로 던져버렸다.
"크앜!"
"하찮은 인간 주제에 제법 재주를 부리는구나,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젠장, 이대로 끝인가....?!"
그 순간 장산범이 고개를 돌리며 허공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기척은.... 정부의 개들인가? 이 근처에 놈들이 온 건가..? 아니면 내가 잘못 느낀 걸까....?"
놈은 한 눈을 팔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래... 역시 잘못 느낀 건가 보군..... 얌전히 내 먹이가 되어라!!"
그렇게 장산범이 빠르게 달려드는 순간, 장산범이 뒤로 빠르게 밀려나갔다.
"어떻게 된 거지? 잠깐 저거 설마?!"
"여 살아있나, 사랑의 라이벌?!
"화령? 네가 왜 거기서 나와?! 그럼 그건.....?"
"맞아, 폴터가이스트야, 그나저나 저거 진짜로 장산범이야..?! 진짜로 장산범이 있었던 건야..?"
"야, 너도 귀신이면서 뭘 또 새삼스럽게 그러냐?! 장산범 처음 봐?"
"야, 귀신이랑 장산범이랑 같은 줄 알아?! 나도 저런 게 있는 건 줄 몰랐다고!"
"어디 초록 2등신보다도 못하는구먼, 그 녀석은 요술도 부리고, 아는 것도 많은 데다 소원도 들어주는데, 너는 참....."
"아우, 씨! 내가 뭐!! 그놈 능력이 넘사인거지!!"
나와 화령이 투닥투닥하는 사이, 화령의 폴터가이스트로 날아갔던 장산범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크윽..... 폴터가이스트인가.....?! 인간과 귀신이 손을 잡고 싸우다니, 방심했군.. 허나 그래봤자 인간의 영혼이 하나 늘은 것뿐,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장산범은 두 발로 일어나더니 긴 털을 여러 갈래로 만들어 마구 찌르기를 시전 하지만 화령의 폴터가이스트 능력에 막히게 되고 나는 그 사이에 불 속성 부적을 두른 사인참사검으로 장산범을 마구 베었다. 그다음에 화령이 폴터가이스트로 들어 올리고 사정없이 휘두르고 내팽개쳤다.
"크아아악! 이놈들!!"
장산범은 우리의 공격을 여러 번 허용했음에도 멀쩡히 일어났다. 이대로 계속 싸웠다가는 우리는 저 장산범에게 패배해 잡아먹힐 것 같았다. 순간 나는 아침에 떨어뜨렸던 경보기가 생각이 났었고 장산범이 목소리를 흉내 내니 분명 소리에 예민할 것이라 생각하여 경보기의 안전핀을 뽑았다.
"크아아악, 이건 또 뭐야?!??!!!"
내 예상대로 장산범은 고음의 경보음에 크게 고통스러워했다.
"지금이야, 끝장내버려!"
화령은 폴터가이스트로 근처에 있는 승합차를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장산범 머리 위로 떨구어 버렸다.
"야! 너무 심한 거 아녀?!"
"아 어떡하라고? 확실하게 끝낼만한 수단이 스0리아다로 깔아뭉개는 건데...!"
"뭐 암튼 저거 차주가 보험 들었겠지....?"
"아무렴 어때, 잡았으니 된 거지, 어디 보면 귀신 나오는 만화에서는 보통 다들 귀신이 저지른 건 모르잖아? 여기도 그런 거겠지...."
"여기가 만화하고 같은 줄 알아? 블랙박스에 기록이 다 남는다....."
나는 화령의 황당한 발언에 츳코미를 걸다가 우리가 싸운 과정을 되짚어보니.... 흰 털에 사람말을 흉내 내는 장산범을 상대로 차를 폴터가이스트로 들어 올려 끝장냈어요란 돼먹지도 않은 소리인지라 바로 화령의 말에 수긍하게 되었다.
"아 확실히 블박 봐도 차주도 못 믿겠네 이걸 어떻게 믿어...."
"그렇지?! 자 아무튼 집 가서 치킨이나 뜯어보자고! 무슨 치킨 먹을까?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야,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하지 마, 거기서 치킨이 왜 나와! 것보다 너 유령 아니었냐?! 유령이 치킨을 왜 먹어!!"
"나도 음식 먹는 건 가능하다고, 그리고 너도 사소한 거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그러면 세상만사가 피곤해질 뿐이라고...."
"내가 신경 안 쓰게 생겼냐?! 귀신이 치킨을 먹는다는 게 말이 되냐...."
"자 아무튼 얼른 집 가서 치킨이나 먹어보자고! 계산은 니가 하는 것으로....."
"야!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 게다가 계산은 또 왜 내 몫인데.. 야야.... 야 인마!!"
우리가 집으로 가면서 서로 투닥투닥거리고 있을 무렵, 사건 현장 근처의 건물 위에서 선글라스를 쓴 검은 정장의 남녀 한쌍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찾았습니다. 미등록 개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