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우리는 다르게 말한다 - 부딪히지 않고 부딪히는 법에 대하여>

by 이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과연 사람들과 건강한 대화법을 가지고 있는가. 말을 건넨다는 건 언제나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말의 끝이 뾰족해지지 않도록 다듬고, 표정이 오해를 남기지 않게 차분히 정리한다. 그런데도 어딘가 불쑥, 나도 모르게 어긋나는 순간이 있다.


내 이름은 이한솔이다. 특별한 이름은 아니지만, 나는 꽤 오랫동안 이 이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살아왔다.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생각했고, 뭐든지 조용히, 차분히, 무난하게 해냈다. 그건 내가 특별히 잘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다툼을 피하고, 모난 것을 싫어했고,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솔아, 너는 왜 늘 조심해? 말을 그렇게 생각하고 해?” 가끔 누군가는 그렇게 물었다. 그 질문은 늘 나를 당황하게 했다. 조심해서 나쁠 게 뭐가 있지? 나는 항상 조심해서 망한 적은 없었으니까. “너는 불편한 걸 못 견디는 사람이구나?”. 나도 알고 있다. 그건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내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는 때때로 그 상황을 도망쳤고, 회피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먼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동안 나에게 세상은 항상, 참으로 시끄러웠던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해가 유난히도 강했던 그해 7월.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서서히, 아주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 건.


"그러니까, 그건 현실성이 없다고요." 탁, 누군가 책상을 쳤다. 그 소리에 회의실 안 공기가 한순간에 쪼그라들었다.


"왜 자꾸 그렇게 단정하세요. 적어도 대안을 듣고 판단해도 되는 거잖아요."


"대안은요, 듣긴 했는데, 이미 우리가 예산 안에서 못 한다고 결론났잖아요."


분위기는 차가웠고, 단어들은 점점 더 뾰족해졌다. 주변 팀원들은 조용히 노트북을 보는 척, 눈치를 보는 척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늘 그래왔듯이. 나에게 있어서 이런 상황은 익숙했다. 사람들은 각자의 입장에 갇힌 채, 대화를 가장한 싸움을 벌인다. 결국엔 말보다 감정이 먼저 번진다. 나는, 늘 침묵했다. 감정을 다치지 않기 위해. 누구도 더 미워지지 않기 위해.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뭔가 끓어올랐다. 숨 막히는 이 정적이, 쓸데없이 높아지는 목소리가, 그리고 그 모든 걸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건 싸움이 아니다. 이건...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감정의 충돌이다. 사실, 잘 조율하면 될 일인데…


“잠깐만요.”

나도 모르게 손이 먼저 들렸다. 회의실 안의 눈들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목소리는 조금 떨렸지만, 생각은 분명했다. “두 분 다, 맞는 말씀을 하신 것 같아요. 지금 팀장님이 말씀하신 건, 시간과 예산 안에서 현실적인 방식을 말한 거고, 영희 씨가 얘기한 건… 그 안에서 조금 더 유연하게 접근하자는 뜻이잖아요.” 두 사람은 말없이 내 얼굴을 바라봤다.


“제가 듣기로는, 두 분 다 프로젝트를 망치고 싶은 게 아니라, 더 나은 결과를 위한 방향을 고민하는 거고요. 다만, 방식이 다를 뿐이에요.”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팀장님이 말하신 현실적인 제약은 그대로 고려하되, 그 안에서 영희 씨가 제안한 형식을 부분적으로라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한 번 같이 찾아보면 어떨까요.” 공기는 여전히 조심스러웠지만, 분명히 이전과는 다른 색이었다. 누구도 말을 자르지 않았고, 목소리도 낮아졌다.


“...그래요. 뭐, 시도해보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보죠.” 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영희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회의가 끝난 후, 한솔은 조용히 노트북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창가 근처인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 창문을 반쯤 열었다. 그리고는 내심 용기를 가졌지만 엄청나게 떨렸던 심장을 부여잡고, 상황이 잘 마무리 시켰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따뜻한 바람이 들어왔다. 매 해, 매일 나에게 햇살은 찾아왔었지만, 그 햇살을 온전히 느끼적은 참 오래간만이었다. 오랜만에, 오랜만에 세상은 시끄럽지 않았다. 평온했고, 따스한 햇살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느껴졌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세상을 시끄럽게 만드는 듯한 조화의 깨짐을 해결하는 것이 이렇게 조용한 온기를 남길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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