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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량품들의 사계 May 16. 2024

불량품들의 사계

오해일까 실화일까 100

오해일까 실화일까   



                                                           

안개 낀 고골에 비가 내린다. 고골이 하늘에서 가장 가깝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눈이나 비가 제일 먼저 내리는 것 같다. 언제나 그랬듯 우산도 쓰지 않은 채 까불이랑 마당에서 장난을 치고 놀았다. “까불아 니 여자 친구 도도는 어디 갔냐?”   

  

작년 초겨울 까불이를 중성화 수술시켰다. 그런데 녀석의 여자 친구 도도의 배가 점점 불러왔다. 요리보고, 조리보고 아무리 봐도 임신한 배다. ‘설마 새끼를 밴 것 아니겄지?’ 그럼 까불이의 여자 친구가 바람이 났다는 말인데. 어리둥절한 참새들이 나뭇가지에서 빗방울을 털어내고 있다. 나뭇가지가 마구 흔들린다.     

  

이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마당에서 마주친 성길씨가 물찬 제비처럼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도도가 새끼 5마리를 낳았어요.”

예에? 배가 엄청 불러서 어째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디 그러면 병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안 헌 걸까요?”

나는 한꺼번에 말을 쏟아냈다. 한편으로 걱정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성길씨가 사룟값 때문에 새끼 밴 삼색이를 쫓아낸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나랑 다툼도 있었다.

“고양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짝하고만 그런다는데.”

성길씨는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저 웃음 뒤에 곧 쫓겨날지 모를 새끼들과 도도의 운명이 숨겨져 있다는 것은 기우일까.

“병원에다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겄네”

나는 동물병원을 의심했다.

“그럴리가요.”

성길씨는 까불이 새끼들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새끼들은 어디 있소?”

“까불이 자는 연탄 보일러실에 있어요.”

“보일러실 가봐야 되겠소야?”

“안돼요. 그럼 어미가 다른 데로 옮겨버려요. 며칠 있다가 가보세요.”     

작년에 성길씨에게 쫓겨난 고양이들이 일 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쫓겨났던 삼색이 새끼 까불이가 새끼를 낳았다고 성길씨는 기뻐한다. 사룟값 때문에 고양이들을 빗자루로 돌멩이로 쫓을 때는 언제고...기분 좋아 보이는 성길씨를 보면 하나님 속은 알아도 성길씨 속은 모르겠다. 그래도 고양이들 입이 늘었는데 저렇게 웃고 있는 걸 보니 다행이다.    

 

오늘 성길 씨가 연탄 보일러실 문을 열어놨다. 놀러 온 친구들이랑 살금살금 걸어가 들여다봤다. 고물고물한 새끼들이 겨우 눈을 뜨고 볼볼 기어 다니고 있었다. 친구들은 뭐라도 줘야겠다는 급한 마음에 삼겹살을 가져와 던져줬다. 새끼들이 이를 드러내면서 던져준 삼겹살을 뜯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신기하게 어찌 된 일인지 하나같이 까불이를 닮았다. 특히 두 녀석은 까불이와 같이 검정빛이 등에서 옆구리까지 내려왔고, 왼쪽 눈 위가 검정색이었다. 틀림없이 까불이의 새끼들이었다. 빼도 박도 못할 증거였다.     

“도도야 겁나게 미안허다야, 그동안 오해해서.”


나는 몸을 푼 도도에게 미역국이라도 끓여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미역국을 끓이는 건 자신이 있었다. 식구가 늘어나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냥 신이 났다.

“까짓것 사료 한 푸대 사다 주지 뭐. 까불이 유부남 된 것 축하해.”

그나저나 까불이 중성화 수술은 어떻게 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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