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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품들의 사계

그들도 가족일까205

by 불량품들의 사계

그들도 가족일까


“어제 이쁜 고양이 왔다 갔어요.”

그는 마당 입구 호두나무 그늘에 앉아 말했다.

“그래요?”

“티브이에서 본 고양이예요.”

궁금했다.

“와았어어요, 와아아왔어.”

성길씨는 벌떡 일어났다.

‘안녕! 내 이름은 콜. 얼마 전 주인이 나만 남겨 두고 이사 가 버렸어. 배가 고파 어제저녁 이 집 마당까지 오게 되었어. 마당 가에서 서성거리는데 아저씨가 고기를 던져주었어.

성길씨는 고양이를 보고 흥분했다. 고양이는 동안이었다. 나는 사료, 참치캔을 집에서 가져왔다.

고양이는 우리를 경계하지 않았다. 얼마나 굶었는지 순식간에 다 먹어치웠다.

“저런 고양이는 비싼데.”

‘그럼, 내가 귀엽기는 하지.’

성길 씨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욕심을 내비쳤다.

“아저씨가 키울라고요?”

“ 네.”

“불쌍헌께 키워주쑈.”

“사료 제일 좋은 걸로 사다 주세요.”

“정말요? 당장 시킬라요.”

나는 ‘꽃돌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꽃돌이가 뭐야. 생각하고 이름을 지었으면 해.’


꽃돌이는 어디에 앉아있더라도 우아했다. 나비처럼 사뿐히 걸었다. 나는 다가가 쓰담 주었다. 이 꼴을 본 순둥이와 꽃님이가 등을 세우고 소리를 냈다. 그럴 때마다 나와 성길씨는 순동이 와 꽃님에게 소리쳤다.

‘이럴 때는 일단 후퇴.

아저씨와 세든 여자는 내 이름을 부르며 마당 입구에서 아쉬워했다.

성길씨는 예전에 고양이들이 드나들던 구멍을 못으로 때려 막았었다. 개미 새끼 한 마리 못 들어가게 장판쪼가리를 잘라 막았다.

그런데 장판을 뜯어내고 꽃돌이가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을 냈다. 구멍 가장자리에 나무로 몰딩을 둘렀다.

꽃돌이는 성길씨 방에서 잤다.

‘집사 고마워. 나는 푹신한 것을 좋아해.’


집에 있는 두부모래를 성길씨에게 갖다 줬다.

어라, 며칠 후 꽃돌이는 출입문 안쪽에 잤다. 뭔 일이 있었던 걸까.

‘집사들, 그런 말이 있는 줄 몰랐구나. 우리가 털이 안 빠지면 길고양이는 없을 거라고.’

성길씨는 먼지, 털, 더러운 것은 다 잡아먹는 강력한 청소기를 사다 돌렸지만, 감당이 안 된다고 했다.


“꽃돌이가 설사를 해요, 술고래가 갖다 준 캔을 먹였더니.”

성길씨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럼, 내가 병원 가서 약 타 가지고 올 께요.”

‘맛이 간 것 같았는데 먹었더니 물떵을 싸네.’


나는 방이동 페토피아 동물병원에 부리나케 갔다. 개 고양이 일이라면 나는 날아다닌다. 원장님이 길고양이라 했더니 약을 공짜로 줬다.

꽃돌이는 사료에 약을 섞어 줬는데 먹지 않았다.

“병원 데꼬 갈까요?”

‘집사들아, 방정 떨지 마라, 곧 괜찮아지겠지.’

“그렇게 해줄래요. 심장사상충도 약도요”

‘저 소금이 뭔 일이까. 우리 집 순둥이도 자기 고양이먼서 내가 사료 한 푸대만 사주라고 해도 돈 없다고 코로 방구도 안 꾸먼서.’

지금까지 이야기는 봄에 있었던 일이다.

얼마 전, 순둥이가 뒷다리를 절었다.

“순둥이 뱀 헌 떼 물렸으까요.”

“아니요. 꽃돌이한테 까불다 물렸어요.”

성길씨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이었다.

‘나, 성질 더러운데 참을 만큼 참았어, 그래서 딱 한 번 물었어.’

성길씨는 자기 새끼가 물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성길씨 어렸을 때 동네에 친구들에게 매일 맞았다고 말한 적 있었다. 맞고 온 성길씨를 아버지는 또 때렸다고 했다.

이랬던 성길씨가 구멍을 막아버렸다. ‘어째 쌔 허다’ 꽃돌이를 집에 오지 못하게 하려는 조짐이 내 손등을 바늘로 콕콕 찌른 것 같다.

‘집사가 언제 이사 갈 줄 모른다고 구멍 막으면서 나보고 자주 오지 말라고 했어. 그렇지만 괜찮아 친구 사귀었어.’

나는 그가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왜, 왜 꽃돌이를 키우라고 했을까. 판자로 때려 막은 구멍만큼 속이 답답하다.

‘꽃돌이 마저 내가 책임지먼 식구가 도대체 몇 마리야.’

풀치네 닭 7마리, 개 두 마리, 우리 집 순둥이 꽃님이, 꽃돌이, 아이고 살림 거덜 나겠다.


꽃돌이는 내가 손바닥을 치고 부르면 어디서라도 달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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