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성대로 살아야 하는데 220
품성대로 살아야 하는데
점심 먹으려 프라이팬에 병어 두 마리를 튀겼다. 냉동실에서 꺼냈더니 둘이 꼭 붙잡고 떨어지지 않는다.
‘아따 사이좋네’ 젓가락으로 잡아떼다 얼굴에 기름이 튀었다.
거울을 보는데 눈썹, 이마, 콧잔등이 벌겋다. 얼굴만 믿고 사는 나인데 큰일 났다. 병원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친구가 전화했다.
“시내 나오는 길에 상추 뜯어와 기름값 줄게.”
“땡큐.”
내 일 보러 가는데 기름값 받고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팔월 말, 사위도 안 준다는 가을 상추를 뜯어먹겠다고 씨를 뿌렸다. 고양이들이 땅을 들쑤시고 파버렸다. 밭에 고양이 접근금지 나뭇가지를 올려놓고 아침저녁으로 물을 줬다. 전쟁 끝에 상추밭을 살려냈다.
대형 파란 재활용 비닐봉지에 가지, 고추, 상추 가득 채워 차에 싣고 방이동으로 갔다.
요리조리 골목 따라 집 근처에 차를 세웠다. 상추 부대를 들고 친구 집으로 올라갔다.
“얼마 못 줘서 미안, 니 공역이야.”
“아따, 또 싣고 올까?”
“여기까지.”
“느그 사위 줘라.”
이만 원을 쥐어 들고 걸어 나왔다. 멀리서 차 앞에 이상한 딱지가 보였다.
‘설마 전단지 겄지.’
차에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주차위반 딱지 3만 2천 원.’
그동안 친구들에게 통째로 밭을 들고 가도 돈 받은 적 없었다. 내 팔자에 무슨 돈은 돈이여. 원래대로 할걸. 친구에게 주차 딱지 말도 못 했다.
이래저래 조심성 없는 나, 누구를 탓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