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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품들의 사계

택배기사 한 씨의 동전파스

by 불량품들의 사계

택배기사 한 씨의 동전 파스



나무가 비척거란다

비가 내리지 않아도 좋은 날

적어도 그런 날이 있다

뒤꿈치를 들고 계단을 오른다

오지 않아도 좋을 것들이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날

그는 무심코 뒤 목을 두드린다

운전석 옆에 앉은 아내는

차창에 서린 김을 닦고

핸들을 잡은 그는 말 없이 빗방울을 따라간다

지상의 모든 번지는 불분명한 주소,

확실한 것은 없는데

계단 위 문들은 언제나 닫혀 있다


서로 밀리고 부딪히는 택배

누구에게는 선물인데

계단을 오를수록 비에 젖은 상자는

무거워진다

무겁고 반가운 계단의 위아래

김치찌개에 부리를 박은

이마 빨간 비둘기

목 뒤에 다닥다닥 붙은 동전 파스

막 퍼져오는 냄새 짙다

퍼붓는 가을비를 움켜쥐고 서 있는 골목

짐을 다 내린 트럭 하나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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