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품들의 사계 230

속눈썹이 닿는 순간

by 불량품들의 사계

속눈썹이 닿는 순간

- 티벳 고원에서



나무들이 엎드려 기도하는 저녁

나는 까마득한 산을 향해 두 손을 모은다

두꺼운 옷을 빌려 입고 길 위에 선 나무들

어디에 묶여 있는지

무엇을 더 솎아내야 하는지

속옷까지 땀이 젖는다

눈빛과 눈빛이 서로 닮은 우리

언제 우리 몸 바꿔 태어났던가

맑은 물속 돌멩이들이

제빛보다 진하게 깔깔거리는데

한 사람이 몇 번을 울고 헤어져야

제 몸으로 돌아가는 것인지

멀리서 눈썹이 열린다

만개의 물방울 위를 배 한턱 흘러가고

오체투지, 손등 위로

눈물 한 방울 툭 떨어진다

놓아버린 길들이

바람 속에서 희미하게 눈을 떠

내 몸 안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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