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품들의 사계

골목은 깊다 237

by 불량품들의 사계

골목은 깊다



퇴근길 석촌호수 뒷골목

눈이 내린다

야전잠바

소주를 넘기고 있다

사흘 후면 딸 결혼식인데

입을 양복을 걱정하며

핸드폰 달력을 내려다본다

물휴지로 테이블을 박박 닦아도

얼룩이 번져 갈 뿐 깨끗해지지 않는다

구운 막창을 씹으며

는 나보다 긴 이야기는 쓸 수 없다며

날을 새 가며 페이지를 잇는다

새벽 눈길을 쓰는 빗자루들

사라져 버린 것들의 흔적을 찾아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린다

소주잔 너머

골목이 골목을 안고 걸어 나온다

고전(苦戰)을 면치 못하는

골목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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