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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량품들의 사계 Nov 04. 2023

불량품들의 사계

성길씨와 복숭아 28

성길씨와 복숭아



          

여름에는 민어탕이 최고다.

둘째 언니가 우리 집에서 민어탕을 끓였다. 민어는 귀하고 귀해서 비싸다. 신안 임자에서 나온 민어가 쫄깃쫄깃하고 맛있다. 주방장 칼솜씨에 따라 민어는 열두 가지 맛을 낸다고 한다. 원래도 비싼 민어는 요즈음은 전국에서 택배로 주문하는 통에 사계절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


언니가 일곱 시간 넘게 끓인 민어 등뼈를 씹었다. 부드럽게 으스러져 뱉어낼 게 없을 정도였다. 여름 한철 나기에 최고다. 신안 특산물 중 병어, 민어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민어가 선두주자다.     

나는 주물로 만든 용기에 민어 지리탕을 퍼서 성길씨에게 갖다 줬다.


며칠 전 술고래 풀치가 마당에서 술도 안 마시고 손가락으로 나에게 V자를 활짝 펼쳤다. 그 모습을 성길씨가 봤다. 그 이후로 성길씨는 마당에서 나를 도 비켜 가버렸다.


성길씨 마음을 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눈만 뜨면 얼굴을 보는데, 내가 불편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산밑에서 민어를 구경하기 힘들어 더 주고 싶었다.


“이게, 뭐에요?”

민어탕이어요

“이거 엄청 귀한 건데.”

“엄마랑 같이 소주 한잔 허세요.”

성길씨는 놀라면서 얼굴이 쫙 펴졌다. 그 모습을 본  마음도 편해졌다.     


마당이 어둑어둑해졌다. 민어탕을 맛있게 해치운 일행들이 떠났다. 나는 고양이 삼색이 가족들이랑 평상에서 장난을 치고 놀다가 방으로 들어왔다.

      

다음 날 아침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갔다. 민어탕 갖다 준 그릇이 문 옆 파티션에 매달려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깜찍할 수가! 지금껏 내가 선물 받은 것 중 역대급 이었다. 그 안에 다친 곳 하나 없는 복숭아 세 개가 들어있었다.


삼색이 가족이 평상에서 매일 노는 모습을 본 성길씨는 고양이들이 복숭아를 핥을까 봐 그릇을 매달아 놓은 것 같았다.

 “이런 섬세헌 면이 있다니 성길씨 짱!”

나는 그동안 섭섭한 것 있었어도 다 잊기로 했다.   

마당 입구 강아지 풀이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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