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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량품들의 사계 Nov 16. 2023

불량품들의 사계

오른발 왼발의 위로 32

오른발 왼발의 위로  



                                          

하늘이 꾸물꾸물하기 시작했다. 오마이스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 그제부터 내 왼쪽 발뒤꿈치가 쑤셨다. 아니, 왜 왼쪽 다리까지 아픈 거야! 통증 간격이 빨라졌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이거는 어쩔 수 없어요. 수술 밖에는.”

저 말을 들으니 섭섭했다. 나는 아픈데...오래가면 고질병이 되니 물리치료라도 하고 가라고 하면 내게 위로가 됐을 텐데.    

  

많이 아팠겠네요.”    

 

이 말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생각을 병원에서 한 번쯤 했을 것이다. 병원에서 의사가 ‘아무 이상 없습니다’ 이 말이 환자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지만 말이다.


병원문을 나서면서 침을 맞아야겠다고 맘먹었다. 차를 몰고 자주 가는 마천동 중앙한의원으로 갔다.      

나는 원래 오른쪽 다리가 짧게 태어났다. 사십이 넘어서야 알았다. 어렸을 때 설치고 다니다가 다쳐서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다리를 펴면 한쪽이 짧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래도 어렸을 때는 다리를 절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나이가 들면서 걸을 때 기우뚱거리면서 걷는다. 여태 왼쪽 다리에 나도 모르게 힘을 주고 걸었나 보다. 왼쪽 다리가 짠한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은 왼 다리를 자주 쓰다듬어 준다.


상담하던 잘생긴 젊은 원장님이 말했다.

“다리 균형이 맞지 않아 엉덩이와 허리가 아픈 것 같아요. 그래서 아픈 것이 발뒤꿈치까지 내려온 것 같고요.”

‘거봐 아프다잖아’

그래, 저렇게 한마디 해 주면 될걸... 나는 속으로 정형외과 의사에게 말했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침대로 올라갔다. 간호사가 살을 집었다 놨다 하는 고무로 만들어진 물리치료 기구를 왼쪽 다리와 발뒤꿈치에 댔다.

“오른쪽 다리도 해주세요.”

“왼쪽 발이 아프다면서요.”

“오른쪽이 삐질까 봐요.”

“무슨 소리예요.?”

눈이 동그랗고 싹싹한 간호사가 눈을 더 똥그랗게 떴다. 내가 자주 상추를 따다가 갖다 주고 친해져서 우리는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다.

“오른쪽 다리도 나 데꼬 다니느라 지금껏 수고했는데...”

“아하! 하하하.”

“오른발이 삐쳐서 안 간다고 하면 왼쪽 다리 혼자 갈 수 있겄어요? 둘이 사이좋게 나를 데리고 가야지.”

“맞아요!”     


나는 강풍 속을 뚫고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고양이들이 나를 보고 막사에 있는 개집 안에서 허리를 쭉 편다. 밥을 퍼서 개집 안에 넣어줬다.

나비(고양이)에게 위로받는 고골 집이다. 지붕에 달이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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