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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량품들의 사계 Jan 12. 2024

불량품들의 사계

니 네 집 어디여?51

니 네 집 어디여?



            

바람 따라 휘날리는 강아지풀을 꺾어 나비 코를 간지럽혔다. 낙엽이 구르자 놀란 나비의 발톱이 제 털 속으로 쑥 사라져 버렸다. 패딩을 입어도 산 밑의 작은집은 아침저녁 온기를 느끼기 어렵다. 젖은 낙엽을 피해 고양이를 뒤따라 걸어간다.

      

그릇에 사료를 채워놓고 고양이를 찾으러 다녔다. 사람이고 짐승이고 추울수록 먹어야 한다.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지붕에서 햇빛을 쐬며 졸고 있는 고양이들을 불렀다. 누가 보면 내 새끼들인 줄 알겠다. 이렇게 고양이들을 챙기는 이유가 있다. 고양이들은 주인집 연탄 보일러실에 구멍 뿡뽕 뚫린 종이 박스에서 잔다. 아직은 그리 추울 때는 아니지만.

“나비야! 맘마 먹자.”

어미 삼색이와 새끼 까불이는 사료를 싹싹 핥아먹고 활처럼 허리를 편다. 대추나무를 발로 긁다가 나무 위로 올라간다.  

   

고양이가 먹다 흘린 사료 한 알을 백 마리 넘는 개미가 처마 밑에서 밀고 끌고 잡아당기고 있다.

애를 쓰고 있는 개미들을 들여다보았다. 아무리 용을 써도 1cm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속 터져. 야, 느그들 집 어디여? 내가 들어다 줄랑 게.”

낑낑거리고 있는 개미집만 알면 내가 얼른 갖다 주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다.   

  

단 한 번도 똑같을 수 없는 날마다,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던 청년들이 포장마차에서 어묵 국물로 속을 덥힌다. 이곳저곳으로 눈길을 옮기는 그들을 내가 들여다보고 있다. 나는 그들 곁에서 어묵을 간장에 찍어 먹으며 걷어 올린 겉옷 소매를 내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순간이 왜 이리도 선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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