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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레나 Feb 14. 2022

나의 첫 미국 친구, Jayme

IN N OUT에서 행복하게 일하는 방법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큰 유혹은 돈 일 것이다. 우리는 돈으로 우리의 생활을 더 풍족하게 할 수 있음을 알고 있고 우리의 미래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두며 쫓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돈, 그 거부할 수 없는 덫에 잡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는 가끔 내면을 보지 못하고 삶이란 돈을 중심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우리가 개척해나감으로써 만들어가고 있음을 인지해야만 한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 마지막 학기 수업을 듣던 중 교수님은 우리 반에 있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이제 너희가 학교를 벗어나 사회로 나가기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가장 무엇을 하고 싶니? 어떠한 일을 하고 싶은지 말해볼래?’ 하고 강의 중간에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렇게 학생들이 한 명씩 대답을 하기 시작하고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찾아볼 거예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였다. 그렇게 대답을 들은 교수님은 하나씩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돈이란 우리 삶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돈에 포커스를 두기 시작하면 우리가 볼 수 있는 시야가 적어진다고 하셨다. 우리가 바라보고 있던 많은 부분 중에서 처음부터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로는 밤에 일을 나가 수당을 더 많이 받거나 야근을 많이 하거나 육체적으로 힘든 일로 쉽게 접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일들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동안 꿈을 위해 공부를 하고 생각한 미래를 뒤로 한 채 돈을 일 순위로 두게 되면 반대로 생각하지 않았던 일에 내가 한 걸음을 내디딜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회사를 고를 때에도 연봉이나 돈이 중심이 되면 ‘이 회사가 나와 맞는 회사인지, 내가 들어가서 배우고 싶은 회사와 상사가 있는지’를 봐야 하는데 그 시야를 흐리게 하여 연봉이 높은 곳으로 가서 내가 하고 싶지 않았던 일들을 처음으로 시작하게 되고, 나중에는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도 후회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한다. 돈은 당장이 아니라 내가 무언가에 집중을 하고 앞으로를 위해 달려 나가다 보면 저절로 따라오게 돼있다고 한다.


사람마다 그게 언제일지는 가지각색으로 다르겠지만 그렇기에 처음부터 ‘돈'이라는 매혹적인 유혹에 사로잡히지 말고 내가 본질적으로 하고 싶었던 일에 돈을 두고 저울로 무게를 재지 않고 무조건 달려들어야 한다고 한다.


나 역시도 졸업을 하고 나는 돈이라는 매혹적인 유혹을 이기지 못하였다. 그렇기에 한국에 가서 정규직을 채용하는 회사들로 골라서 입사를 지원하였고 그 사이에서도 나는 연봉을 더 높게 측정해 준 회사를 골라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와 학교를 다니던 친구 중에 Jayme라는 친한 미국인 친구가 있었다. 파란 눈에 금발을 가진 유쾌한 친구였는데  친구를 보면 난 신기한 점이 많았다. 내가 유학 생활을 하면서 학교를 다닐 때에는 나와 같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내 친구들 역시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한국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 우리의 최종 목표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 학교를 다니고 인맥을 쌓는 공통점이 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좋은 직업이라는 개념은 남들이 다 알고 있고, 연봉도 신입사원 초봉이 4,000 이상을 주는 유명한 회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들 나도 그렇고 내 친구들도 그렇고 우리는 이러한 미래를 꿈꾸며 같은 목표를 가지고 꾸준하게 공부하고 경쟁하고 대학교 졸업장까지 바라봤다. 하지만 Jayme는 나와 달랐다. 학교를 풀타임으로 다니면서 인 앤 아웃(IN N OUT)이라는 미국 서부에만 있는 유명한 햄버거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바로 일을 하러 서둘러 자리를 떠났고 그룹 프로젝트도 주말 점심에만 할 수 있었다.  하루는 Jayme와 수업 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너는 한국 가면 뭐 하고 싶어? 무엇을 할 계획이야?” 하고 물어봤고 나는 당연하듯이 “나는 우선 한국 유명한 삼성, LG 등 큰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 지원을 할 거야! 내가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우선 다 여기저기 지원을 할 거야 초봉도 많이 받고 능력을 인정받을 거야!” 하고 대답을 했다. 나는 당연하듯이 “너도 아마존이나 자포스 등 이런 큰 회사의 마케팅 부서로 일을 잡을 거야?" 하고 물어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였다.


모든 사람들이 다들 유명한 회사에서 좋은 연봉을 받고 일을 하기 위해 고등학교 때 수능을 잘 보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고,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좋은 학점, 좋은 인맥을 쌓아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아니라니? 나에게는 큰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후 Jayme가 해 준 이야기는 더 놀라웠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지금 일하고 있는 IN N OUT에 정식 직원으로 들어가서 레벨을 더 올라갈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현재 다니고 있는 곳의 구조를 이야기해 주는데 내 머릿속에는 왜지?라는 생각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IN N OUT은 직원의 경력과 능력만큼 레벨의 수가 1부터 7까지 나누어져 있는데 자기는 현재 엔트리 레벨이고 하나씩 하나씩 올라가서 매니저 위까지 올라가는 게 계획이라고 말해주었다. 수업이 시작되어 J와의 대화는 끊어졌지만 집에 돌아와서 나는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후 그 이야기를 나눈 지 8년이 지난 지금, Jayme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친구였다. 나는 그때의 대화처럼 한국으로 돌아가 대기업들에 지원도 해보고, 실제로 미국 3대 큰 부동산 회사에서 일을 했다. 간간이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곳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었는데 졸업 후 정말 IN N OUT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 후 몇 년이나 쭉 일을 계속했으며 가끔씩 레벨이 올라갈 때는 승진 소식을 알려오기도 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서 나는 나의 인생을 만들어가고 Jayme도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현재 나는 회사 생활을 한 지 6년 차에 접어든다. 그렇게 경험을 쌓고 느끼면서 Jayme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바뀐 것보다 그 생각과 추구하는 생각을 알게 되고 오히려 더 자신을 먼저 깨닫고 미래에 대해 더 빨리 다가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해서 자신이 원하는 삶과 방향을 깨닫는데 나처럼 돌아가지 않고 빨리 깨달았을까? 나는 가끔씩 물어보기도 한다.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일은 힘들지 않은지, 그때 우리 학교 다닐 때 이야기하던 것처럼 그렇게 일도 연애도 잘하고 있는지, J는 처음 세웠던 목표를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고 본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무척이나 잘 있다.


가끔 나에게 일하고 있을 때 놀러 오라고 하기도 했었고 우리는 졸업 후에도 메신저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 '잘 지내?'라고 묻는 Jayme에게 이번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며 나의 근황을 전했고 나 역시도 똑같이 안부를 물었다.  우리는 인생의 성공을 무조건 좋은 회사와 취직에 맞춰져 있을까. 좋은 돈을 벌겠지만 그만큼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내가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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