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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레나 Feb 14. 2022

이민 생활 안 소소한 행복 찾기

나의 핫스팟 Mountain Charleston


아침 8시 알람 소리에 맞춰서 난 어제 미리 짐을 싸 두었던 가방을 열며 부스럭 부스럭 확인을 하였다. 오늘은 남편과 친구들과 마운틴 찰스턴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바쁘다'라는 핑곗거리로 항상 내 시간을 사용해서 어딘가에 가거나 어딘가에 가기 위해서 시간을 만들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다. 운전해서 4시간, 5시간 걸리는 거리도 아니고 그저 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인데 말이다. 그렇게 미뤄두다가 일만 반복하고 모든 일상이 일-집-일-집 이 반복되는 순간 나는 가끔씩 내 마음속에서 확 터져버리고 만다. 이러한 나를 몇 번 겪어봤고 잘 알기 때문에 그 후로부터는 가끔씩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시간을 내서 바람을 쐬러 가거나 소소하게 나만의 힐링을 즐기기 위해 내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힐링 스폿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라스베이거스 도시에서 40분 정도 운전해서 갈 수 있는 '마운틴 찰스턴'이라는 산인데, 나에게는 마법의 공간 같은 곳이다. 더운 날씨에 반팔만 입고 다니는 계절에도 4월에 높은 곳에 올라가면 눈이 쌓여있는 곳이며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추위를 주는 신기한 곳이다. 나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꼭 가곤 하는데 그곳에 갔다 오면 마음도 훨씬 가볍고 숨겨있던 힘을 얻는 기분이 들 고는 한다. 다들 이렇게 나만의 공간이 있지 않는가. 나한테는 힐링을 얻고 올 수 있는 그러한 장소이다.


처음에 이 장소는 정말 우연하게 알게 되었다. 라스베이거스 주변은 거의 사막이라서 선인장들과 돌 산이 가득한데 그 딱딱한 돌 산을 사이에 정말 푸른 나무로 가득 찬 산이 하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집에서도 밖으로 나와서 저 멀리 내다보면 푸른색인지는 구분하기가 힘들지만, 마운틴 찰스턴의 형태는 볼 수 있다. 그곳으로 유학생활 때 친구들과 한 번 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500만 원으로 산 중고차를 끌고 언제 멈출지도 모르는 데에도 궁금한 나머지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고속도로를 지나고 차로 40분을 타고 가다 보면 이제 라스베이거스의 사막에서 벗어나서 푸른 나무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나는 마음이 설렌다. 조금씩 산으로 들어갈수록 하나씩 오두막집도 보이기 쭉 곧게 뻗은 나무들이 들어서고 3월의 말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하나둘씩 자동차의 유리를 스치기 시작했다. 옆을 보니 벌써 눈들이 무릎만큼의 높이로 쌓여있었다. 난 추위가 많지만 재빨리 자동차 창문을 열었다. 조그마한 그 틈 사이로 나는 산의 그 맑은 공기와 바람을 느끼려고 손을 내밀자 내 머릿속은 모든 생각과 걱정들이 하얗게 사라졌다. 이때의 나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신이 난 어린아이와 다를 게 없었다.



나는 산에 도착하면 그 특유한 산의 나무와 자연의 향을 맡는 걸 좋아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이 느낌은 사진으로 찍어도 담아 갈 수 없고 언제든지 꺼내보고 간직할 수 없기 때문에 사진은 잠깐 찍고 대부분은 눈에 담아 가려는 마음이 크다. 그 순간만큼은 저 멀리 보이는 빌딩과 도시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나 혼자 자연에 있는 기분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보통 마운틴 찰스턴에 가면 한 시간은 있다가 오는데 중간쯤에 카페와 식당에 들러서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여유롭게 점심을 먹기도 한다.


어렸을 때 나는 부모님과 종종 집에서 가까운 산에 올라가기도 하고 여름방학 때는 설악산으로 항상 가족여행을 갔다. 그때 부모님께서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머리가 맑아지지 않냐는 질문을 하면 항상 의아했다. 어렸을 적 느끼지 못했던 그 기분과 감정을 나이가 조금씩 들고 이제야 조금씩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또 같은 장소지만 날씨마다 계절마다 산이 주는 다른 느낌이 있다. 나는 생각이 많아서 가끔 아무 생각 안 하고 비우고 싶을 때마다 이곳을 찾는데 이번에 갔을 때는 날씨도 맑고 눈이 녹아서 눈이 있지만 봄을 맞이하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2년 전에 갔을 때에는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겨울왕국을 연상시키는 듯한 느낌이었다.


2020년 3월 29일, Mount Charleston에서



나도 모든 사람들처럼 일을 하고 똑같이 살아가고 있지만 가끔은 나를 위해 내 시간을 내서 마음의 힐링을 하러 온다. 이러한 시간도 가끔은 필요하다. 내가 평소에 생활을 하는 회사나 집, 또는 육아에서도 우리는 그 당일 참고 그냥 넘겼겠지만 내면에는 스트레스가 조금씩은 있을 것이다. 그 부분도 가끔은 풀어주는 게 중요한데 바쁜 삶에 지나치고 있을 때가 많다. 내가 가장 안정이 되는 곳이나 새로운 곳에 가서 하루는 걱정과 스트레스를 떨쳐버리고 오는 게 어떨까.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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