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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레나 Jun 04. 2022

만만하게 보이는 사람

금요일마다 편의점에 들러서 항상 로또를 사 간다. 명당이 있다고 하면 줄을 30분 서서라도 사기도 하고 만약 1등에 당첨된다면 세금을 제외하고 남은 돈으로 무엇을 할까? 건물을 사야 하나? 하는 생각과 함께 두근거리며 결과를 보면 항상 오늘도 꽝! 저번 주도 꽝! 심지어 그 흔한 5,000원 조차 당첨이 된 적이 없다. 이렇게 당첨운이 없는 내가 안타깝게 만만하게 보이는 사람으로는 당첨이 되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다른 사람들 앞에서 흔히 말하는 능력 있고 사람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한 마디도 못하면서 나에게는 거침이 없다. 배려조차도 없이 가차 없이 매몰차게 이야기를 잘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에는 그렇게 마음에 비수를 꽂는 말들을 들으면 상처로 오래 남았다. 괜찮아질 거라 생각하면서도 한 번씩 갑자기  생각나서 마음에 또 맺혀서 그때의 느낌과 기분들이 고스란히 들기도 했고 그러한 일들을 다시 반복하기 싫어서 오히려 사람을 피하기도 했다.


사람을 피하면서 나에게 돌아오는 건 무엇이었을까? 세상은 넓고 내가 피한다고 해서 사람을 안 만날 수가 없었다. 정말 내가 산골짜기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나 혼자만 살지 않고는 어떻게든 마주치게 되는 사람이고 오히려 피하니 나중엔 바보가 되어있었다. 무서워서 도망가는 바보. 가장 만만한 바보. 


그렇기에 나는 계속 제자리로 돌아왔고 오히려 꼭꼭 숨어버리는 사람으로 인식이 박혀서 인연이 없는 사람도 나를 쉽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는 안될 것 같아 방법을 바꿨다. 더 떳떳해지기로 말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만, 즐기지 못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숨겨두지 말고 할 거면 제대로 하고 눈치 따위는 보지 않기로 했다. 30살 40살이 되어도 만만한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 그렇게 대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것을 바라는 것이다!  


숨고 도망가고 변명하는 모습이 보고 싶고 그 모습으로 자신이 이겼다는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것인데 앞으로 더 끌려다니지 않고 내 삶을 살기로.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세상이 이렇게 고요하고 신이날 수가 있을까?'라는 마음이 들면서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들이 생기기 했다. 제2의 인생을 맞이한 것처럼 다시 살아난 기분이 들었다. 


나를 만만하게 보는 사람은 그냥 무시가 답이다. 처음부터 내 삶에 지나가는 사람, 그 조차도 없었던 것처럼 머릿속에서 지우고 다시 하늘을 보고 하루를 슬픔과 낙담하며 보내지 않고 두근거리는 하루로 보내기를. 그 사람이 그리고 있는 조그마한 삶에 들어가서 물에 빠진 생쥐처럼 허우적 거리지 않고 나만의 삶에서 주인공으로 그려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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