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직업인 사람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군지 물었을 때 "취미가 직업인 사람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사진이 취미인데 사진작가를 하거나, 여행이 취미인데 여행가를 하거나, 요리가 취미인데 요리사로 일 할 경우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보통의 직업을 밥벌이로 삼아 어깨에 삶의 무게만 켜켜이 쌓고 사는 사람에 비해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림 그리기 좋아해서 미대를 다녔고 졸업 후에도 유사한 직업을 선택한 선배가 있었는데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생활과 취미로써의 그림 그리기를 삶의 무게가 눌러버린 것이다.
취미는 먹고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다가 주말에 짬을 내서 즐겨야 취미이고, 그런 취미가 우리 삶을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이지, 이것이 밥벌이가 되는 순간 그 역시 삶의 무게일 뿐인 것이다.
과거에 행복지수를 조사하면 부탄 방글라데시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우리보다 높다는 조사가 결과가 많이 있었다. 사람의 행복이란 가진 돈이나 지위가 아니라 매우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정해진다는 결과 아니겠는가. 가진 것이 많아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진 것이 없어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으니 행복은 각자의 가슴속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요즘은 매스미디어, SNS가 발달하여 지구반대면의 소식이 찰나의 시간이면 닿아 다른 사람들이 뭘 먹고 뭘 입고 뭘 하고 사는지 실시간으로 속속들이 알 수 있으니 당장 나와 적나라하게 비교가 가능하다. 그러니 과거와 달리 내 마음속 만족보다는 상대적 빈곤이 더 부각되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 최 부국들의 행복지수가 최 빈국보다 전반적으로 높다는 조사결과가 있으니, 나만의 행복 척도를 가지고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빈국 사람들도 상대적인 빈곤감 때문에 갈수록 행복지수가 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나 어릴 적 우리 아버지는 "나보다 밑에 있는 사람을 보면서 살아라"라는 말씀을 입버릇 처럼 하셨다. 위만 쳐다보면 상대적 빈곤감 때문에 자신을 불행하다고 느낄 테니 나 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라는 의미일 게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비정한 면도 느껴진다. 나 보다 못한 사람에 대한 알량한 우월감과 크게 다를 게 있겠는가. 아무튼 그것이 나 자신을 상대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2000년 전 로마 시인"호라티우스"의 서정시의 한 구절인 "Carpe Diem"은 "오늘을 즐겨라", "지금을 즐겨라"로 번역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딩 선생으로 분한 "로빈 윌리암스"가 학생들에게 기존의 가치와 형식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가르치면서 많이 유명해진 말이다. Carpe Diem 은 간혹 "쾌락을 추구하자"는 의미로 오해받곤 했지만 육체적 물질적 쾌락추구보다는 오늘 자신의 삶을 즐기자는 해석이 올바르다. 작년에 나온 일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감명 깊게 보았는데, 이영화는 도쿄에 사는 화장실 청소부가 일상을 즐기는 모습을 잔잔하고 감명 깊게 그렸다. (참고로 나는 그 영화를 보고 나서 하이볼을 좋아하게 되었음을 밝힌다) 결국 행복은 어떤 직업이던지 자기가 처한 현실에서 지금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