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다

by 어쩌다보니

그가 지어준 통나무집이 좋다

이렇게 저렇게 칠 해보고

액자와 가구를 옮겨보고

조명도 달았다


작은 새를 보니 나도

집을 지어주고 싶었다

통나무벽에 작은 구멍을 파고

톱밥을 모아 씨앗과 넣어 두었다


언젠가 키울 한 마리 개를 위해

지붕에서 빨간 통나무 한 줄을 뜯었다

빈자리는

나뭇가지를 주워다 대충 막아두었다


숲에는 목재가 없다

자르고 벗기고 말려 대패질하는

그런 재주가 내겐 없다


짓다가 문득 하와를 보았다

하와를 보는 아담을 보았다

하와를 보는 아담을 보는 나를 봤다

고독에 대한 연민과 뽑은 뼈로 지어진 베필

자르고 벗기고 말려 대패질한


오지도 않은 너를 위해 나도

집 짓는 흉내를 낸다

벽에 구멍을 파고

지붕을 뜯고

사랑스런 통나무 집을 조금씩 헐어


비가 들이치고 웃풍에 시려도

집 밖에는 목재가 없어

그렇게 짓는다


오지도 않은 네가

좋아해 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