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5
2021 내 플레이리스트를 쓴 글에서는 Top 5에 딱 떨어지게 다섯 곡을 추렸었는데 나도 기억이 안 나지만 이 짓을 시작한 2020년 메모를 찾아보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때는 Top 6였다. 도저히 다섯 곡을 추릴 수 없을 만큼 경쟁이 치열했으리라 생각해본다. Top 5로 맞추고 싶어서 한 곡을 추렸는데 의외로 싶게 한 곡을 탈락시킬 수 있었다. 역시 Top 5에 순위는 없고 그저 2020년에 개인적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은 좋은 음악들이란 의미이다. 꼭 2020년에 발매된 노래만 후보가 되는 것은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차트이므로 내가 발견한 해, 즉 2020년에 내가 발견한 모든 노래들이 후보가 되었다. 뮤지션명 - 곡 제목 순이고 () 안에는 발매 연도를 기재하였다. 이전 글과 중복되는 느낌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에는 기억에 남았던 가사 부분을 중점으로 글을 쓴다.
1. Beabadoobee - She plays bass (2019)
Hey, won't you call me back?
'Cause I've been waiting for a text back
It hurts my brain
This chick who plays bass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바로 이 첫 verse부터 내 귀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베이스를 연주하는 소녀는 매력적이다. 이 노래를 반드시 퀴어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노래에 빠진다면 베이스를 연주하는 그녀는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다가올 테니까.
2. The Japanese House - We talk all the time (2019)
We don't fuck anymore
문득 느껴진 연인과의 거리감을 한 문장으로 이보다 더 잘 표한할 수 있을까? 연인과 항상 대화를 하고 시간을 보내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있음을 애써 외면하다가 내뱉은 말.
3. Wolf - Chlorine (2020)
Push me in the pool
Chlorine on my clothes
Taking a few laps and let it all go
Wirng that shit out, you'll be fine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이 그때 나이 또래가 된 내 아이들을 보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제 불혹을 넘어 더럽혀지고 오염된 내 기억과 마음을 락스 물에 담글 수 있다면 조금은 순수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4. Holly Humberstone - Deep end (2020)
I'll be your medicine if you let me
Give you reason to get out of bed
Sister I'm trying to hold off the lightning
And help you escape from your head
나에게도 누군가 이런 노래를 불러줄 사람이 있었다면 고독과 우울 속에 사로잡혀 있었던 그 시간들에서 빠져나오는 한 걸음을 내디뎠던 순간이 훨씬 빨리 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한 사람이 되라고, 이 노래가 나에게 그런 용기를 보내 주었다.
5. Johnny Cash - Hurt (2019)
I hurt myself today
To see if I still feel
I focus on the pain
The only thing that's real
살아 있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고통스럽기 때문에 살아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 역시 아픔을 가지고 헐떡이며 하루를 넘기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결국 이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각자의 방법을 찾으려 몸부림치고 있는 게 아닐까? 그것이 나 스스로를 망치는 수단이 되지만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들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