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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Jan 19. 2022

Siem Reap, Cambodia

라라 크로포트를 만나러

캄보디아를 여행하기로 마음먹기 직전 누군가가 자신의 앙코르 와트 여행 경험담을 말해주며 꼭 가보라고 추천을 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게 누구인지는 이상하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툼 레이더'라는 영화를 보지 않았고 원래 유명 건축물이나 유적지를 가는 것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앙코르 와트에 크게 관심이 있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킬링 필드'의 기억 때문에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를 떠올릴 때의 그 느낌보다는 캄보디아는 오히려 내게 좀 어둡고 슬픈 이미지였다. 그래서 어쩌면 재수 없는 유럽의 배낭 여행객들이 많이 없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일주일을 가이드를 두고 둘러보아도 시간이 모자라다고 지인이 말했던 앙코르 와트에서는 하루 정도를 보냈던 것 같다. 그보다는 대부분의 시간을 1불짜리 맥주를 시켜 놓고 카페에 앉아 있거나 시장에서 사람 구경을 하며 보냈다. 대부분의 식사는 노점이나 시장에서 현지인들과 쌀국수나 볶음 국수, 볶음밥을 먹었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아픈 역사를 오롯이 짊어진 사람들이 어떻게 현재를 살아가는지가 궁금했다. 뼈 무덤을 찾아가기보다는 그들을 통해 역사가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지를 보고 싶었다.

Siem Reap, Cambodia © 2017 Nathan Park
Siem Reap, Cambodia © 2017 Nathan Park


동남아시아 나라들을 여행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갈 때마다 거기에 사는 사람들에게 큰 에너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당신들도 열심히 살고 있네요. 저도 열심히 살고 있어요.'라고 마음속으로 말하며 위로와 용기를 얻곤 했다. 씨엠립에서도 저녁에 잠시 호텔을 나와 걷다가 보게 된 야학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며 그들이 열심히 한 만큼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도했었다.


시간을 그대로 품은 듯한 거대한 돌로 지어진 사원들은 엄청났다. 가이드북이나 블로그 등을 통한 사전 지식이 없어 오히려 그 큰 스케일의 고대 건축물이 주는 감동을 오롯이 가공되지 않은 채 전달받을 수 있어 압도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 기분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멀리 앙코르 와트가 보이는 카페에서 천천히 커피 한잔을 마셨다. 그리고 좀 걷다가 금세 다 둘러보기는 포기하고 괜찮은 장소를 찾아서 앉아 잠시 시간을 보냈다. 과거에 이곳에서 찬란한 날들을 보냈을 사람들에 대해 상상을 해보기도 하고 한때 영광의 부질없음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다.


Siem Reap, Cambodia © 2017 Nathan Park
Siem Reap, Cambodia © 2017 Nathan Park

지금 와서 사진을 고르려고 보니 그 당시 갤럭시 노트5와 올림푸스 E-420 카메라로 찍었던 사진들이 대부분 노출이 맞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전혀 그런 사실을 신경 쓰지 못했고 또 캄보디아에 다녀온 지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진으로는 도저히 내가 본 그 초현실적인 광경을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을 내 무의식이 깨닫고 지금까지 찍었던 사진들을 한 번도 찾아보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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