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서울과의 차이는?
싱가포르를 방문한 건 한여름이었다. 모든 실내에 에어컨이 잘 되어 있어서 실내에서는 그렇게 덥지 않았지만 짧은 기간 머무는 동안 비가 자주 와서 한국 장마철에 느낄 수 있는 꿉꿉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가끔 계절이 반대인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오면 아픈 경우가 있는데 싱가포르를 한국에서 여름에 방문한다면 온도 차이에 따른 어떠한 신체적인 데미지도 받지 않을 터이다.
싱가포르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의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고유의 vibe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는데 조금 더 정돈되고 잘 가꾸어진 한국이나 일본에서 느꼈던 그것이었다. 안도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지만 설렘과 두근거림이 적은 느낌? 심하게는 내가 서울 와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가 문득 느껴지는 진한 중국의 향취, 그리고 가까운 말레이시아와 같은 나라에서 일하러 온 듯한 동남아시아 사람들, 열대 과일들과 향신료 가득한 음식들에 의해 내가 다른 나라에 와있구나 하게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고도 건방지게 '뭐 서울이나 거기서 거기네'라고 생각하다가 큰 코를 다치게 된 경험을 하게 된다. 호텔방에 들어갔는데 자꾸 가스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내가 묵는 숙소들은 다 늘 저렴한 숙소들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냄새들이 나고 또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기도 하지만 가스 냄새는 안전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그냥 참고 말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의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지 않은가. 나는 호텔 데스크로 부리나케 달려가 내 방에서 가스가 새는 것 같으니 바로 확인하고 조치를 취해달라고 직원에게 말했다. 그런데 직원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싱가포르의 공용어 중 하나가 영어라고 해도 피차 우리가 서로 영어가 모국어라고 할 수 없는 아시아인으로서 내 영어가 그가 이해 못 할 만큼의 수준은 분명 아니었다(고 믿고 싶다). 나는 다시 자세히 설명을 했고 어디 난방용 가스관이 새거나 할 수 있으니 바로 확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그 직원은 내 말을 이해할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우리 호텔은 난방을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난방용 가스관 따위는 없어요!
그렇다, 서울은 겨울이 있지만 싱가포르는 아니었던 것이었다. 나는 싱가포르를 너무 띄엄띄엄 보았던 것이었다.
짧은 기간 머무는 동안 싱가포르의 매력을 속속들이 다 알 수는 없었지만 따지고 보면 싱가포르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포지션이 있는 듯하다. 열대의 날씨, 안전함, 쾌적함, 고급스러움, 맛있는 음식, 한국과의 멀지 않은 거리 등등... 그렇기에 싱가포르를 여러 번 찾는 여행객들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특히 가족 단위의 여행이라면 싱가포르는 후보지에 추가할만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시 싱가포르에 방문할 일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 같다.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다른 곳을 방문할 확률이 크겠지. But who kno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