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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Jan 27. 2022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Hyper Hardboild Gourmet Report

주의: Netflix에서 Hyper HardBoild Gourmet Report라는 다큐멘터리의 시청을 권하지 않습니다.


나는 왜 많고 많은 넷플릭스의 컨텐츠 중에서 이 다큐 시리즈를 보게 되었을까. 내가 본 에피소드 1은 라이베리아의 식문화에 대한 내용인데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그 나라의 일반적인 식문화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라이베리아에 일어난 과거의 불행으로 인해 현재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먹는지 보여줌으로써 그러한 일들이 민중들의 삶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그리고 또 식문화가 어떻게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조금은 특이한 형식의 쇼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라이베리아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하루를 살기 위해 먹는 음식을 보여주는데 그것들이 침대에 누워 하루를 마무리하며 넷플릭스를 보다 자려던 나를 일으켜 이렇게 뭐라도 끄집어내지 않으면 잠을 못 잘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완전히 내 마음을 날려 버렸다. 


Scene #A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온 가족을 잃은 여성이 있다. 그녀 역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으나 기적적으로 생존하였다. 그렇지만 시각과 청각이 약해졌고 보기에도 힘든 노동을 버텨 낼 만한 건강이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녀를 돌보는 것은 역시 형편이 어려운 그녀의 aunt다. 카메라는 그녀와 그녀의 aunt가 생선, 오크라, 쌀을 이용한 빠에야와 매우 비슷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을 보여준다. 그녀는 맨손을 이용해 정말 맛있게 음식을 먹는다. 그때 촬영하던 감독이 그녀에게 묻는다.


에볼라 이후 당신의 삶이 달라졌나요?

아니요. 여전히 행복하지 않아요. 먹을 음식이 없어요. 나의 aunt가 나를 돌보지만 매일 먹을 음식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나는 얼마 전 코로나에 걸려서 회복 중에 있다. 에볼라에 비할 전염병은 아니지만 그녀가 겪었을 고통을 단 얼마만이라도 지금은 전보다 더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한 상원의원이 CDC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질타를 하는 영상을 보았다. 맨 처음 팬데믹이 시작되었을 때 우리는 이 빌어먹을 바이러스가 모두에게 평등한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에볼라 바이러스던 코비드 바이러스던 그것들은 승냥이 같이 약한 것들을 노려 물어뜯는다.


Scene #B

라이베리아가 내전 중일 때 악마 같은 반군들은 소년병들을 훈련시켰다. 그들을 전투에 투입시키기 위해 코케인에 중독시켰고 심지어 주술의 힘을 빌기 위해 인육을 먹게 하기도 했다. 내전이 끝난 후 그들은 버려졌다. 가족을 모두 잃은 그들은 돌아갈 곳도 또 반겨주는 이도 없어서 남의 무덤을 파내고 그곳에서 모여 살고 있다. 그곳에 살고 있는 한 20대 여성이 있다. 가족들은 전쟁 중에 모두 죽었고 소녀병이 되어 복수심에 불타 수많은 사람들을 총으로 쏴 죽였다. 전쟁이 끝나고서는 살기 위해 매춘을 시작했고 하루하루 매춘으로 번 돈으로 마약을 사고 또 그날의 먹을 것을 사는 삶이다. 다큐멘터리는 잔인하게도 그녀의 음식을 담기 위해 그녀가 하루 먹을 음식, 그녀의 첫끼를 마련하기 위해 어두운 길거리에서 매춘을 할 남성을 찾아 나서는데서부터 시작한다. 비가 오는 늦은 밤 그녀는 겨우 한 남성을 찾아 누더기 같은 판자촌에서 매춘을 하고 대략 2달러 정도를 손에 쥐게 된다. 감독은 그녀를 따라나서고 그녀는 전기가 없어 불조차 없는 깜깜한 간이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한다. 음식은 그저 크게 담은 반찬도 없는 맨밥 한 그릇. 음식을 촬영하러 멀리서 온 외인을 위해서인 듯 그녀는 큰맘 먹고 감자잎으로 만든 커리를 주문해서 밥과 함께 맛있게 먹기 시작한다. 얼마나 허기가 졌을까... 그러나 그녀는 절대 품위를 잃지 않고 우아하게 식사를 하고 감독에게 음식을 맛보라고 권유하는 여유까지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가 말하는 것과 비슷하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행복해요. 오늘 일을 할 수 있었고 그래서 돈을 벌어 먹을 음식을 살 수 있었어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잘 수 있으니까요.


그녀가 말하는 집은 누군가의 해골이 뒹구는 무덤이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에게 부자가 될 거라는 꿈이 있다고 말한다. 그저 살기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니라 그녀의 꿈을 위해 먹는 음식이었기에 그녀는 그렇게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거였구나...



이 글은 넷플릭스의 이 다큐시리즈를 추천하거나 리뷰하는 글이 아니다. 나의 삶을 그들과 비교하며 나는 행복하구나를 느껴서 쓰는 글도 아니고 또 '세상에 이런 일이'하는 충격에 쓰는 글도 아니다. 나는 적어도 남의 불행에 비례해 행복을 느낄 정도의 쓰레기는 아니고 현실은 시궁창인 것을 알만큼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지금까지 편한 길로만 걸어온 것도 아니다. 그래도 나약한 나는 오늘 내가 본 것들을 게워내고 싶었고 위에 쓴 그녀들에게 같은 인간으로서 느낀 존경심을 어떤 형식으로든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삶이 코로나로 인해 더 힘들어지진 않았기를, 그리고 그들의 꿈에 작은 걸음이라도 앞으로 향하고 있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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