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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Feb 24. 2022

대한민국 3대 기타리스트

김도균, 김태원, 신대철

우선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내 관점에서 쓰인 글이며 그들의 전성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세계 최정상의 기타리스트들을 기준으로 비교, 평가하는 글이 될 것임을 먼저 알린다. 개인적으로 세 아티스트 모두 좋아하는 뮤지션들이지만 '3대 기타리스트'라는 타이틀의 무게감을 가지고 그동안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워낙 유명한 분들이라 남들 다하는 이야기는 생략할 것이고 언급하는 순서는 특별한 의미 없이 가나다순을 택했다.


1. 김도균

백두산 시절 (전성기) 때나 이후 재결성된 백두산 시절이 역시 가장 김도균이 빛나고 또 잘 어울리는 핏이라는 느낌이 든다. 김도균과 가장 비슷한 느낌의 기타리스트는 역시 Ritchie Blackmore다. (그의 국악 크로스오버 밴드는 김도균 버전 Blackmore's Night이라고 해야 되나?) 전형적으로 솔로가 강한 기타리스트이고 밴드에서 보컬과 함께 전면에 나서는 스타일이다. 음악적 성향도 하드락, 헤비메탈, 블루스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의 연주가 다른 음악에 항상 잘 묻는 편은 아니다. 한대수 밴드에서 세션을 했을 때도, 다른 연주자들과의 협연들을 들어 보아도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다만 한대수 밴드에서는 라이브 연주에서 날 것의 느낌을 더하긴 했다. 테크닉적으로는 80년대 당시 3대 기타리스트들 중에 가장 뛰어난 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보컬 실력은 3대 기타리스트 중 넘사벽으로 훌륭하다. 그러나 신중현 님의 아들이었던 신대철, 부활로 한때 큰 성공을 거둔 김태균에 비해 오랜 암흑기를 거쳐야만 했고 최근에는 예능에서 소비되는 바람에 음악적으로 정체된 느낌을 받아 아쉽다.

링크 영상은 김도균의 블루스 연주 영상인데 흔히 말하는 '후리는' 연주보다는 slow blues에서 기타리스트로서의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이 영상에서 김도균의 블루스 연주는 그의 깊은 연주 내공을 보여준다. 이 연주에서 오히려 주의해서 들어야 할 포인트는 항상 빠르게 움직이는 그의 왼손가락들이 아니라 그의 오른손이 만들어내는 것들이다.

https://youtu.be/FTm5-ybQKSk


2. 김태원

김태원의 솔로 연주 영상을 몇 편 본 적 있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80년대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씬에서는 인정을 받았을지는 모르지만 (사실 당시에도 김태원보다 나은 연주자는 많이 있었다.) 현시대의 프로 기타리스트들 혹은 어지간한 실용음악 기타 전공생과만 비교해도 그의 기타 테크닉이나 스킬이 그들보다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기타 톤을 잡는 방식이라던가 무대에서의 수많은 실수, 일반적인 수준의 테크닉 구사, 딱히 대단할 것 없는 그저 습관적인 패턴 플레이들은 속된 말로 쌍팔년도의 어디쯤에 그대로 멈춰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그저 그런 기타리스트라는 것은 아니다. 그가 잼을 하거나 다른 기타리스트들의 곡을 커버하거나 해서 솔로 연주를 할 경우 위의 단점은 극대화된다. 하지만 김태원이 자신의 곡에 의도된 대로 완성된 악기 구성 중 하나로 자신의 기타 연주를 집어넣을 경우 종종 그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연주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부활의 Lonely Night 같은 곡은 한국에서 두 번 다시 나오기 힘든 곡이라고 생각할 정도 훌륭한 곡인데 만일 그 곡의 기타 연주를 어떤 세션 기타리스트에게 맡겼다면 기타 연주 자체만 놓고 평가하자면 분명 더 높은 레벨의 연주가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Lonely Night은 기타리스트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노래이다. 그러나 그 곡에서 김태원의 연주는 Lonely Night을 완전하고 완벽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김태원을 어떤 기타리스트에 비교해 볼까를 엄청 고민했다. 누군가는 '세계 3대 기타리스트' 중 하나인 Jimmy Page에 비교했는데 그런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 억지스러운 면도 있다. 기타리스트는 아니지만 Neil Young에 비교해 본다면 더 억지스러운 일일까? 

링크 영상은 김태원이 무대에서 솔로곡으로 가장 많이 연주하는 Jill's Theme인데 여러 라이브 버전을 들어 보았는데 나쁜 의도는 아니지만 영상과 음향 퀄리티가 좋은 방송에서의 연주보다 누군가의 직캠인 이 무대 영상이 나에게는 더 좋았다.

https://youtu.be/IjYIBt0tzcI


3. 신대철

80년대 초기 시나위 시절에는 전형적인 헤비메탈 연주를 들려주었다면 이후 내가 학창 시절에 열광했던 앨범들에서 당시 얼터너티브 락과 싸이키델릭 음악들에 영향을 받은 연주도 훌륭했고 스튜디오 세션 활동도 병행하면서 현재는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연주에 능한 완성형 기타리스트가 된 것 같다. 현재 실용음악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세 기타리스트들 중 가장 넓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신대철은 특히 블루지한 연주가 뛰어나고 흔히 말하는 손맛이 좋은 기타리스트이다. (그의 동생인 신윤철도 그렇다.) 어느 시점부터는 톤을 활용하는 능력이 경지에 이르렀는데 굳이 비교하자면 그러한 부분은 '세계 3대 기타리스트' 중 Jeff Beck과 닮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싸이키델릭한 그의 연주들을 매우 사랑한다. 종합적인 현재의 기타 실력만 놓고 본다면 3대 기타리스트들 중 대장이라고 할 수 있고 또 최근의 연주와 시도들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지 연주곡 Starlight - Stand with Myanmar 등)을 보면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는 연주자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모두가 아는 '겨울비'와 '멀어져 간 사람아' 같은 락 발라드를 작곡했을 정도로 창작력을 보유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링크 영상은 신대철의 독주 영상은 아니고 다른 위대한 기타리스트들인 한상원, 찰리정과의 협연 영상이다.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곡인 Litte Wing의 커버이고 역시 신대철의 뛰어난 블루스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라이브 영상이라 공유한다.

https://youtu.be/4EhtDJf69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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