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니 Apr 23. 2023

미국에서 먹고살기 (2)

이민 가정은 무엇을 먹고살까?

일전에 ‘미국에서 먹고살기’라는 글을 썼었고 조회수가 무려 (?) 1000회가 넘을 정도로 내가 써갈긴 글들 중에서 나름 제일 인기가 있는 컨텐츠였는데 그 글은 우리 가족의 생활비 지출 내역에 관한 글로 미국에서 4인 가족이 먹고살기 위해 얼마 큼의 예산이 필요할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글이었다. 이번 ‘먹고살기’ 글은 말 그대로 내가 최근에 먹었던 음식들에 대한 글로 실제로 무엇을 먹고살고 있는지에 대한 글이다. 미국은 다양한 음식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이지만 지역적 격차가 매우 큰 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서부에 가면 작은 동네의 아시안 음식점에서도 아주 본격적인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나는 아직까지도 썩 괜찮은 또는 최소한 일본인이 운영하는 일식집 하나 조차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삼시 세끼의 일정 부분은 당연히 한식 외의 음식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노릇이고 만일 그것을 즐기지 못한다면 (나처럼…) 그것은 생각보다 큰 일상의 고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 사실 나는 대부분의 음식을 잘 먹는다. 나도 여행으로 미국에 왔을 때는 괜찮았다. 그러나 매일 미국 음식을 어쩔 수 없이 먹게 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이곳에 살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 -


1. 직장인의 가장 큰 낙 점심시간

나는 아침을 안 먹고 저녁은 거의 대부분 집에서 가족들이랑 한식을 먹는다. 우리 회사의 경우 대부분 도시락을 준비해서 먹거나 간단한 음식을 사 와서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먹는데 나는 한식 도시락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매번 한식 도시락을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이런저런 이유로 도시락이 없을 때도 있다. 그런 경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한국처럼 많지는 않은 편이다. 전에는 동료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기도 했었지만 코로나 이후로 그런 문화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에 주로 간단하게 때울 수 있는 음식을 사 와서 내 오피스에서 일을 하거나 아이패드로 동영상 등을 보며 먹거나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먹곤 한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점심은 그래도 쌀이나 국수가 있는 중국 음식이다. 미국에는 Americanized 된 미국식 중국 식당이 어디에나 있는 편인데 보통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편이다. 일반적으로는 짜고 달고 매우 자극적이라 그나마 덜 짜고 덜 자극적인 중국 식당을 찾아서 늘 먹는 한 두 가지 메뉴를 먹는다. 그 외에는 피자나 샌드위치, 햄버거를 먹곤 하는데 나는 주로 치즈 스테이크 소가 들어 있는 피자를 먹거나 타코 피자라고 해서 타코 토핑이 올려져 있는 피자를 먹는 편이다. 샌드위치는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그때 그때 먹고 싶은 걸 사 와서 먹곤 하고 햄버거는 드라이브 스루로 주문이 가능하니 정말 귀찮을 때 가볍게 한 끼를 해결할 때 선호하는 옵션이다. 레스토랑에 가게 되면 좀 더 그럴듯한 한 끼를 먹게 되지만 보통 오가는 시간과 주문 후 기다리는 시간 또 대화와 함께 먹는 시간 - 주로 다른 사람과 동행하기에 - 을 합하면 점심시간 1시간으로는 부족하기에 대부분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가게 된다. 또한, 팁까지 합치면 비용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2. 집밥

가족 모두가 식사를 하는 경우는 평일에는 보통 저녁 식사뿐이고 미국 마트에서 장을 보던 한국 마트에서 장을 보던 어쨌든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이용해 한식을 먹는 편이다. 한국과 다른 점이라면 한국이라면 배달을 시켜 먹을만한 음식도 여기서는 만들어 먹는 경우가 있다는 정도이다. 예를 들면 족발이나 갈비탕 같이 손이 많이 가는 음식말이다. 또, 신선한 해물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해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정도. 또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소고기를 자주 먹는 편이라는 것인데 사실 물가가 이리 오르기 전에는 한국에 비해서 가격이 엄청 저렴한 편이기도 해서이지만 다른 이유는 그릴에 바베큐를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 같은 겨우는 가스 그릴을 이용하지만 그래도 프라이팬에 굽는 것보다는 훨씬 맛이 있는 편이고 또 그보다 손도 덜 간다고 할 수 있다. (기름 같은 것이 튀지 않기 때문에)

이웃집이나 동료들 집에 가끔 초대되어 그 나라의 가정식을 먹어볼 기회가 있었던 것도 미국에 살면서 경험하게 된 재미있는 기억들이다. 와이프가 앞집 인도인 아줌마와 - 아줌마란 표현이 좀 거슬릴 수 있지만 우리말로 뭐라고 지칭하는 게 자연스러울지 잘 모르겠어서… - 친하게 지내는데 최근에 치킨라이스를 했다고 먹으라고 가져다주었다. 맛은 매운맛 카레를 10배 농축한 맛이었는데 맛이 이었지만 맵찔이인 나는 많이 먹지 못하고 매운 걸 좋아하는 와이프가 맛있게 먹었었다.


3. 외식하기

가장 가까운 한인 식당이 왕복 2시간 거리에 있기 때문에 한식당에 외식을 가는 날은 그쪽에 볼일이 있는 경우나 특별한 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외식을 하게 된다면 집 근처에서 간단하게 먹거나 좀 제대로 된 점심이나 저녁을 먹게 되는 날이면 동네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곤 한다. 간단하게 먹는다면 피자나 햄버거, 치킨 또는 멕시칸 음식 같은 것들을 찾게 되는데 포장을 해가는 경우도 많다. 집 근처에 좀 유명한 피자 레스토랑이 있어서 집에 먹을게 마땅치 않을 때 자주 가는 편이고  최근에는 아이들과 Five Guys에 가서 햄버거와 밀크셰이크를 먹었었는데 여러 버거 체인을 먹어본 결과 내 입맛에는 Shake Shack 버거가 나은 것 같다. 가족들이 이탈리안 음식 특히 파스타를 좋아해서 동네에 괜찮다는 레스토랑을 여러 곳 다녔고 나름 어떤 메뉴가 맛이 있는지 우리만의 맛지도를 만드는 중이다. 또, 주말에는 아침이나 아점을 먹으러 종종 가기도 하는데 미국식 아침 식사는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주말이면 가끔 나는 동네 단골 카페나 스타벅스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아몬드 밀크 라테를 마시고 아이들이랑은 아이스크림 가게에 종종 가기도 한다. 아이들이 좀 더 어릴 때는 farm에 딸린 아이스크림 가게를 자주 가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양한테 먹이도 주곤 했었다.


뭐 먹고사는 거에 특별한 것이 있겠나 싶지만 그래도 나같이 이민 생활을 하다 보면 식생활에 큰 변화가 따를 수밖에 없고 좋던 실던 그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야만 한다. 하루이틀이야 어찌 살겠지만 사는 낙 중에 큰 낙이라는 ‘먹는 낙’을 포기하고 살아야 하나 싶을 때도 있다. 전 세계의 산해진미가 모인다는 미국이지만 나는 아직도 예전에 먹던 단돈 몇천 원짜리 국밥이 최고의 진수성찬인 토종 또는 흙수저 입맛인지라…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