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무상
사실 내가 한 달에 얼마나 쓰는지 계산해 본 적이 없는데 어쩌면 어떤 달은 한 달에 50불 (약 6만원?)도 안 쓸지도 모른다. 일단 내게 용돈의 정의는 오롯이 나의 쾌락이나 재미를 위해 쓰는 돈을 말하는데 쉽게 예를 들면 기호 식품 같은 걸 위해 쓰는 돈 말이다.
일단 나는 술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술은 오래전에 끊었고 담배도 끊은 지 꽤 된다. 와이프가 술을 마시지 않고 회식 같은 것도 없으니 가장 최근에 술을 마신 건 회사 이벤트 때 미국 음식이 너무 느끼해서 맥주 몇 모금 먹은 것이 전부이다. 담배는 정말 많이 피웠었는데 끊었고 대견하게도 지금까지 잘 참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단 술담배에 들어가는 돈은 없다. 거기에 친구도 없다 보니 친구랑 만나서 저녁이라도 먹고 포커나 고스톱이라도 치는 일도 없으니 사교 비용도 들지 않는다. 골프나 당구도 하지 않으니 장비에 투자할 돈도 필요 없다. 등산, 낚시, 자전거도 하지 않고 사진이 취미이지만 폰카로 만족한다. 게임조차 하지 않고 해 봤자 아들내미랑 닌텐도 스위치를 하는 게 다이니 게임 아이템을 살 일도 없다. 취미래 봤자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건데 이런 서비스는 어차피 가족들을 위해서도 이미 지출되기 때문에 내 용돈에서 나갈 사항은 아니다. 스포츠 경기는 늘 보러 가고 싶은데 티켓값은 저렴한 경기가 있지만 주차비가 아깝고 너무 멀어서 일 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이고 어딘가 혼자 여행을 떠날 일도 이제는 없다.
예전에는 엄청난 커피 스노브여서 맘에 드는 커피빈을 사고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핸드드립 장비 같은 걸 사는데 돈을 투자하기도 했는데 요새는 그냥 귀찮아서 캡슐 커피를 마신다. 그래도 시간이 날 때마다 동네 카페나 스타벅스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 라테를 마시는데 거기에 드는 비용이 아마 한 달에 50불 정도 될 것이다. 그나마도 요새는 스타벅스 기프트 카드가 세 개나 있어 한동안 돈을 내지 않았으니 최근에는 50불 조차 쓰지 못했다.
쎄가 빠지게 일하면서도 한 달 용돈이 시급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이 서글프지만 딱히 쓸 곳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나이가 들면 점점 자신이 속한 세계가 작아지지만 미국에서는 내가 속한 사회가 딱 내 가족밖에 없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