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을 깨다
내가 사는 지역의 겨울은 한국의 겨울만큼 엄청 춥진 않지만 무언가를 밖에서 하기에는 애매한 춥고 우울한 날씨가 거의 6개월은 지속되는 것 같다. 물론 스키나 스노 보드를 즐기는 한국분들이거나 추운 날씨를 한국인보다는 훨씬 덜 불편해하는 미국인들에게는 겨울이 덜 힘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우리 가족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고 그래서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면 그때부터 봄, 여름, 가을까지 반년동안 가능하면 충분히 놀아 두려고 하는 편이다.
4월에도 가끔 눈이 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4월부터는 날씨가 따뜻해지고 반팔을 꺼내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우리 집 1층에는 온 가족이 놀이터 용도로 사용하는 작은 공간이 있는데 그 좁은 공간에서 긴 겨울 내내 둘째와 실내 축구 - 라지만 공간이 협소해서 그냥 놀이 수준 - 만 해오다가 드디어 4월이 되어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공원에 처음으로 축구를 하러 가게 되었다.
한국의 공원은 특히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고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는 것 같다. 그에 비해 미국의 공원은 편의 시설은 부족할 수 있지만 그 수와 규모에 있어서 한국의 공원들과 비교가 불가하다. 일단 우리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만도 몇 개의 공원이 위치해 있고 나와 둘째가 축구를 하러 가는 공원은 잔디가 깔려 있는 축구장만 해도 한 10개는 있는 것 같다. (너무 커서 다 셀 수가 없음) 거기에 야구장이 두 개, 풋볼장도 한 두 개 있는 것 같고 테니스 코트도 여러 개 있다. 동네 다른 공원에는 스케이트 보드를 탈 수 있는 코스와 디스크 골프장, 낚시를 할 수 있는 계천, 농구장 등이 있다.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원에는 비치 발리볼을 할 수 있는 모래가 깔린 배구 코트도 있다. 대부분 공원에는 바베큐가 가능한 바베큐 그릴과 피크닉을 할 수 있는 파빌리온도 있고 또 놀이터와 같은 아이들을 위한 시설도 있다. 한 지역에서 여러 개의 공원이 접근 가능하다 보니 대부분은 굉장히 한가한 편이고 위에 사진에서 처럼 나와 둘째는 잔디 구장 하나를 둘이 차지해서 마음껏 공을 찰 수 있다.
또 날씨가 따뜻해질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은 캠핑이다. 어린아이들이 있는 경우에는 동계 캠핑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간다면 갈 수도 있겠지만 일단 비싼 장비를 준비해야 되고 막상 가서도 아이들이 좁은 텐트에 갇혀 심심하다고 할 것이며 또 다녀와서 감기라도 걸리면 와이프의 잔소리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긴 겨울을 기다려 드디어 4월에 2024년 첫 캠핑을 가게 되었다. 캠핑장은 집에서 무려 "17분" 거리에 있는 사설 캠핑장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일정이 정해졌고 또 강아지가 동반할 수 있는 사이트를 찾아야 했기 때문에 자주 가는 주립공원은 자리를 찾을 수 없어서 집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캠핑장을 찾게 되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캠핑장은 무려 "7분" 거리이니 사실 우리 동네 자체가 캠핑장 바이브이긴 하다. 그래도 집이 아닌 텐트에서 자는 것과 모닥불을 마주하고 앉는 것은 늘 설레는 일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드디어 시간을 내어 드론을 날려 보게 되었다. 드론을 산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사놓고 추운 날씨를 핑계 삼아 날려보진 않고 동영상으로 조작법을 조금 보다가 처음으로 공원에서 잠깐 이륙시켜서 위에 업로드한 공원 사진을 찍어 보았다. 그리고는 마음먹고 집 근처 주립 공원에 본격적으로 드론 조종/촬영을 연습하러 가보았다. 공원에서 평일 한낮을 즐기고 있는 분들이 있어서 조용히 한적한 곳으로 가서 호수 사진을 찍어 보았는데 수도 없이 가본 곳이지만 하늘에서 볼 때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드론 조종에 있어서는 아직 갈길이 먼 것 같다. 보기에는 쉬울 것 같았는데 유툽에서 보는 전문가들 수준은 고사하더라도 그냥 그럴듯한 영상을 찍는 데만도 굉장히 세심한 조종이 필요하다. 또, 돌발 변수에도 대응하려면 조금 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고 특히 착륙이 아직까지 어려워 조만간에 프로펠러를 부러뜨릴까 무섭다.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도 많은데 나이가 드니 시간의 제약과 경제적인 제약과 더불어 체력의 제약까지 있지만 그래도 늘 설레는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