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티로 사는 삶?

by 다니

인터넷에서 영포티란 단어를 듣게 되었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젊은 40대를 뜻하는 것 같았지만 조금 지나니까 젊은 "척"하는 40대를 조롱하는 투로 뜻이 바뀐 것 같다. 나도 40대에 걸쳐 있고 나름 젊게 산다고 생각하니까 어떤 의미로든 영포티에 해당할 것 같다.

하지만 젊게 산다는 것과 40 대란 나이를 스스로도 연결시켜 본 적은 없는데 일단 내가 사는 방식과 나이가 그다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사는 미국의 환경상 딱히 나이를 드러낼 필요도 없고 나이가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 있어 엄청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 혹은 한국에 비해 훨씬 덜 중요하기 때문에 - 전 글에 쓴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 팀에 60대 중반을 훌쩍 넘은 팀원이 있기도 하고 또 나랑 아주 친해서 서로 친구라고 부르는 동료는 이미 손자, 손녀가 있기도 하다. 또 반대로 이제 20대 초반의 동료들과도 내 나름대로는 잘 지내는 편이다. 사실 나이를 특정해서 쓰지 않는 이유는 나도 그들의 정확한 나이는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도 내 정확한 나이를 아마 모를 거다. 아마 내 아이들의 나이는 알 텐데 상대적으로 내가 몇 살인가 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젊게 산다. 사실 이건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 그냥 내가 살던 대로 산다. 딱히 내 나이에 맞는 삶을 살도록 나에게 압력이 없다. 당연히 가정을 이루었기 때문에 어릴 적 삶처럼 무질서하고 매일 취해있는 무절제한 삶을 살진 않 - 혹은 - 못하지만 그래도 딱히 이렇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일단 헤어스타일부터 어깨 길이를 넘게 머리를 기르고 있기도 하고 패션도 딱히 젊어 보이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내가 입고 싶은 스타일의 옷을 산다. 어릴 적에 했었던 피어싱은 더 이상 하지 않지만 몸에 있는 타투를 지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김 부장님 스타일처럼 되는 것이 어쩌면 불가능한 사람이다. 원래부터 밴드 음악과 인디 음악을 좋아하던지라 트로트나 대중가요를 듣지 않는 것은 어릴 적부터다. 지금도 새로운 밴드를 찾는 것은 내 인생의 소소한 기쁨이다. 이번 여름부터는 카약을 타고 낚시를 시작했고 혼자 가벼운 여행이나 캠핑을 갈만한 에너지와 열정도 남아 있다. 영화다 드라마도 눈물 찔끔 나는 신파보다는 아직까지 미숙한 청춘과 어리숙한 사랑 이야기가 내 마음을 더 흔든다. 이제 서서히 잎이 붉게 물들어 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푸릇한 잎이 많은 한창인 나무 같다고 느낀다.


물론 아침마다 혈압약을 넘길 때마다 조금씩 불꽃이 사그라드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어쩌면 가끔은 이제 막 내가 정상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는 이제 내리막길을 내려가기 시작하는 것일지도 몰라도.

왜 갑자기 영포티라는 조롱이 생겼는지 한국 사회에서 떨어진 지 오래라 알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는 영포티, 중년, 아빠 또는 그 한 단어만으로 충분히 설명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젊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로 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해왔으니까. 젊게 사는 게 뭐가 중요한지 사실 모르겠고 관심도 없다. 그저 내일은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더 충실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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