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장 아빠 Apr 04. 2022

아빠랑 가끔 이렇게 얘기하는게 좋아요

내 학원은 월요일이 휴무이다. 화~토요일까지 운영한다. 그러다보니 월요일은 내가 아이들을 온전히 책임지는 날이다. 


아이들이 학교간 오전에는 병원도 가고, 주민센터도 다녀오고 브런치에 글도 좀 썼다. 그리고 오후에는 작은아이부터 시작해서 큰아이까지 학교 픽업을 하고 태권도를 보낸 뒤 저녁을 차리고 아이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평소에는 나먼저 후딱먹고 일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언제까지 다 먹으라고 닥달했을텐데, 오늘따라 아빠도 마음이 힘든지라 왠지 쑥 큰 거 같은 아들들과 얘기가 하고 싶었다. 아빠는 소주 한병을 자작하면서 아이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막내는 인싸답게 늘 즐겁게 대화를 주도한다. 이제겨우 초등학교 2학년인데 여자아이한테 고백을 받은적이 있다고 자랑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찼다고 자신있게 얘기하길래 조금은 나무라듯이 얘기했다. 그럴때는 늘 친절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아빠도 어렸을때 여자친구들이 쌀쌀맞게 대하면 왜 날 싫어하지? 그랬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니 그때 아빠를 좋아해서 그런거였다고 얘기하더라.. 그러니 누군가가 너에게 고백하면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좋아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꼭 먼저 하라고 했다. 


형이 하교길에 만난 친구 얘기를 하다가 형이 친구가 많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동생은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잘 지내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형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보다 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얘기했다. 그러니 각자 자기가 잘하는 것은 다르고, 그것을 잘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동생은 형이 여자친구를 만드려면 포켓몬을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만나면 된다고 했고, 형도 "어~ 그래~"라고 얘기했다. 


셋이서 그렇게 밥먹다가 크게 웃었다.


첫째에게 네가 좋아하는 것만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네가 좋아하는 것을 더 빛나게 하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아까 하교길에 먼저 인사한 친구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라고 물었더니 "내일 만나~"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 어디 가는거야?"라고 궁금함을 표현하면 좋다고 알려주었다. 막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빠가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제가 친구들한테 그렇게 물어보고 난 방과후 가는 길이야. 우리 다음에 같이 놀자~ 라고 얘기하거든요."라고 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이어가다가 막내가 

"아빠랑 가끔 이렇게 얘기 하는게 좋아요~"라고 했다. 


행복했다. 아이들이 크는 것을 옆에서 바라보면서, 함께하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일이다. 육아와 교육에 더 많은 노력을 들이기로 한 내 선택은 참 잘한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아빠가 애를보니 1년만에 키가 10센치가 자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