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그늘 아래
우리는 숨을 길게 나누고
골목 위로 쏟아지는 황금의 계절에
말보다 먼저
서로의 마음에 걸음을 맞춘다
발밑에 겹겹이 쌓인 시간 위에서
너의 손이 내 손을 찾아오는 순간
계절은 아무 소리 없이
체온을 한 겹 더 얹고
따스함은 이어져
우리의 길을 밝힌다
잎새 하나, 어깨 위에 내려앉을 때
사랑은 오래된 언어로
조용히 속삭인다
지워지지 않는 이름을
눈빛에 담아
서로를 부르는 법을
낙엽이 흙이 되어도
끝내 사라지지 않을
우리의 사랑이기를
황금 골목의 끝에서 다시 시작하듯
계절을 건너 이어질
우리의 사랑이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