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by 행운의 여신


사랑만 남아 있는 마음을

나는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비워졌다고 믿었던 자리엔

아직도 온기가 남아 있었다


눈이 시리도록 행복했던 한때

그 시간은 말없이 지금의 나를 비춘다

네가 그리워질 때마다

나는 습관처럼 하늘을 올려다본다

닿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보랏빛 조명 아래

나는 꽃이 진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피어 있음만을 믿고 있었다

영원이라 착각한 찰나가

가장 먼저 스러진다


윤기 나던, 귀한 몸

가는 뒷모습에 영혼을 잠시 잃어버렸던,

너는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사랑이 남긴 자리를 가르쳤다


이 바람이 모두 지나가야

비로소 보일까

너와 나의 사랑이

상처가 아닌

형태로


피어나는 평안,

삶의 가장 낮은 빛이

이제는 기억이 아닌

그 시간 자체로

아름다움이 된다


달빛 스민 하늘 아래

너는 여전히 떠 있다

아름다움과 슬픔을

같은 눈에 담은 채


말없이

끝내 사라지지 않는 것들로

사람의 마음을 가르치던

너는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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