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계절은 꿈결처럼 나를 스쳐
어리석은 사랑의 씨앗을 흩뿌린 채
빛나는 물빛 속에 잠겨
이름 모를 행복을 오래도록 불렀습니다
그때의 온기는 아직도 손끝에 남아
가끔은 이유 없이 되살아나
잊힌 줄 알았던 심장을
은은히 두드리고 갑니다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흘러갔을까요
바람이 지나간 빈자리처럼
서늘히 식어버린 마음 위로
젖은 나의 그림자가 고요히 내려앉습니다
그 속에서, 아주 작은 숨결 하나
아직 꺼지지 않은 희망이
나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다시 살아보라 속삭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길이지만
끝내 돌아가지 않을 방향을 등진 채
기다림마저 잠든 적막 속
깊고 긴 잠에 잠긴
어젯밤의 나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언젠가 두 사람
같은 방향의 빛을 따라 걷게 될까요
잃어버린 것들과 스며든 것들을
하나씩 헤아리다 보면
사람의 온기를 다시 품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같은 속도로 나를 스쳐갑니다
그럼에도 느린 걸음으로 다가오는 봄은
나의 하루를 말없이 감싸 안고
그 따뜻한 침묵 덕분에
오늘은 유난히 고요하고
조용히, 깊이
감사로 스며드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