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시각적 사고를 버리고 언어적 사고만 하게 됐을까?
어릴 때는 낙서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시각적 사고를 하다가 언어적 사고에 길들어 균형 있는 사고를 못 하게 된다. 언어적 사고는 자세한 설명이나 추론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하다.
반면 시각적 사고는 전체적인 그림을 직관적으로 빠르게 파악하고 복잡한 관계를 쉽게 이해하는 데 강점이 있다. 창의적인 문제해결과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 두 사고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우연히 아폴로 13호 사고에 흥미를 느껴 자세한 내용을 찾아봤다. 사고 경위와 원인이 너무 장황하고 복잡하여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봤다. 시각적 사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소재로 생각하여 그림 한 장으로 표현해 보는데 도전해 봤다.
예기치 못한 산소 탱크 폭발로 본래의 목표였던 달 착륙을 포기한 대형 사고였다. 우주 역사상 대부분의 심각한 사고가 비극적 결말로 이어진 것과 달리 아폴로 13호는 승무원 전원이 무사히 귀환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아폴로 13호 우주 비행사인 짐 로벨은 우주 비행이 50 : 50의 확률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음을 알았지만 우주 비행의 매력에 빠져 발사일만을 기다렸다.
다음은 그의 생각을 잘 알 수 있는 대화 내용이다.
그에게 이번 우주 비행에 대해 아내는 어떻게 생각할지 기자가 물어보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아내는 제가 앞으로 비행을 안 할 거란 걸 알아요. 아내는 지난 7년간 우주 미망인처럼 살았죠. 하지만 전 아직도 비행을 고대합니다.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다 두고 가는 거죠. 우주에 가게 되면 좀 더 참된 시각으로 모든 걸 보게 되죠.” 얼마나 우주 비행을 갈망하는지 알 수 있었다.
복잡한 사고 이력을 시간별로 정리해 봤다.
(1) 발사
(1970년 4월 11일 13:13, 지구에서 발사, 지구와의 거리 0km)
NASA의 세 번째 달 착륙 임무로, 우주 비행사 짐 로벨, 잭 스위거트, 프레드 헤이즈가 탑승한 아폴로 13호 발사가 된다. 공교롭게도 13이 겹치는 13시 13분에 발사된다. 13의 저주가 아닌지 의심이 될 징조로 발사 며칠 전, 비행사인 켄 매팅리가 홍역에 걸려 잭 스위거트로 교체된다.
(2) 산소 탱크 폭발 (1970년 4월 13일 21:08,
지구에서 약 32만 1,860km 떨어진 지점)
“휴스턴, 문제가 발생했습니다”라는 교신과 함께 산소 탱크 2호가 폭발한다. 이에 따라 서비스 모듈의 전력 및 산소 공급 시스템에 치명적인 손상이 발생한다. 하필이면 멀쩡한 1번 탱크와 주변 배관, 하이게인 안테나까지 같이 아작 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는 약 38만 km로 달까지는 6만 km 정도 남은 상황이었다.
(3) 전력 시스템 약화 (1970년 4월 13일 21:12, 지구에서 약 32만 1,860km)
산소 탱크 손상으로 인해 사령선의 연료전지가 고장 나면서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진다.
(4) 달 착륙 포기 및 달 착륙선으로 이동 (1970년 4월 13일 22:07, 지구에서 약 32만 4,000km)
결국 산소 탱크가 모두 고장 나서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는 달 착륙선으로 이동한다. 전력 부족으로 달 착륙은 포기하고 달을 선회하여 돌아오는 방법을 선택한다.
(5) 달 착륙선으로 생명 유지 장치 전환 (1970년 4월 14일, 지구에서 약 34만 8,000km)
달 착륙선의 산소, 물, 전력을 사용해 생명을 겨우 유지한다. 전력이 부족하여 내부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 감기까지 걸리게 된다.
(6) 이산화탄소 제거 문제해결 (1970년 4월 15일, 달의 뒷면 근처, 지구에서 약 39만 km)
달 탐사선은 2명만 탑승하도록 만들어진 탓에 3명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응급조치로 양말과 테이프 등을 사용하여 이산화탄소 문제를 겨우 해결한다.
(7) 지구 귀환 (1970년 4월 17일 13:07, 태평양, 지구로부터 0km (지구 귀환 성공))
아폴로 13호가 태평양에 안전하게 착수하며 우주 비행사들이 무사히 귀환한다.
(8) 사고 원인 분석
우주 비행사들이 돌아온 후 바로 사고조사위원회가 조직되어 조사에 착수하였다. 폭발 이유가 참 가관이었다. 원래 28 볼트가 최대 수용가능 전력으로 설계되었던 산소 탱크 히터 부품에 아폴로 우주선의 통용 전압인 65 볼트가 넘는 전압이 걸렸던 것이다. 표준 전압이 65 볼트인데 탱크 히터 부품의 전압만 28 볼트로 놔두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과전압으로 인한 과열로 산소 탱크가 결국 폭발하게 된 것이다.
제품 개발 경험을 통해 본다면, 이런 문제는 체크리스트가 없어서 발생한 일이다. 반드시 체크리스트로 점검해야 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사고를 막았을 건데.
그림으로 표현하다 보니 각 사고의 비행 위치를 입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비행 궤도도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여 있음을 알았다. 이처럼 시각적 사고를 활용하면 복잡한 이야기도 순식간에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
빠지거나 모순이 있는 부분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이처럼 시각적 사고와 언어적 사고를 균형 있게 병행할 때, 문제를 더욱 효과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