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3 오늘의 커피
오늘도 자주 가는 스타벅스에 왔다. 토요일 오전은 늘 청소하는 아주머니 덕분에 조금은 의무적으로 밖으로 나와야 하는 날이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 서로 불편하니, 자연스럽게 내가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다. 덕분에 주말 아침은 평일보다 오히려 더 부지런해진다.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사람이 많다. 아침부터 웬일이지? 오늘은 día de café, 오늘의 커피를 시켰다. 현지인들은 잘 주문하지 않는지 직원이 한참을 못 알아들었다. 괜히 작은 해프닝으로 하루가 시작.
H마트에서 울다, 파친코를 읽으면서 한국계 미국인이 쓴 한국에 관한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니, 관심이라기보다 영어 실력을 쌓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런 타입의 영문책을 찾아 읽곤 했다. 그런데 한국에 관한 이야기는 유독 더 깊이 공감되었고, 덕분에 책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또 “아, 이런 한국적인 표현을 영어로 이렇게 번역할 수 있구나” 하면서 하이라이트를 치면서, 외국인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대화할 때 활용하기도 했다.
남미에서 미국으로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도시는 마이애미다. 마이애미를 갈때 마다 아마존에서 책을 주문해 들고 오는 것이 나의 작은 습관이다. 이번에도 그렇게 주문한 책 가운데 하나가 바로 The Picture Bride였다. 찾아보니 한국어 제목은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었다.
‘사진 신부’란 하와이에 이주한 조선인 남성 노동자들이 한국의 여성과 사진만 보고 결혼하는 제도를 말한다. 1907년 이후 하와이 사탕수수나 파인애플 농장에서 일하던 이민 1세대 노동자들은 결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와이 정부에 사진 결혼을 허용받았다. 이에 한국에서 중매인들이 적절한 신부들을 찾아 다녔다. 그때도 한국에 중매인이 있었다는 것이 참 흥미롭다. 도대체 중매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그래서 오늘날에도 결혼정보회사가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은 한국의 여성들이 새로운 희망과 설렘을 안고 일본을 거쳐 하와이에 도착해 신랑을 만나고,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어 살아가는 일생을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지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언어조차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게다가 인종차별이 심한 시대에 아이를 낳고 키우며 꿋꿋하게 살아낸 그 힘. 엄마들은 정말 모든 것이 가능한 만능일까? 나도 언젠가 엄마가 되면 저런 힘이 생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타지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나 역시, 때때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이민 1세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 고단한 삶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길을 만들어낸 힘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 안에 흐르는 한국인의 헝그리정신과 악바리 같은 특유의 유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도, 환경이 낯설어도, 엄마들은 결국 길을 만들었고 그 길 위에서 후대가 뿌리내리고 살아갔다. 나도 그들의 뒤를 잇는 또 다른 이민자로서,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의 엄마가 될 수도 있는 사람으로서, 그 위대함과 강인함을 조금이라도 닮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