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와 자립의 사이, 개발협력의 딜레마

2025.08.30 차이라떼

by 떠돌이 이주자

오늘은 8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늘 집 근처 스타벅스만 가다가, 오늘은 날씨도 좋아 조금 멀리 있는 지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서 도보로 25분 정도 걸렸는데, 리마에 이렇게 여러 스타벅스가 있다는 게 참 행복하다. 소소한 행복이라고나 할까?

나는 스타벅스에 커피 맛 때문에 오는 건 아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겠지.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작업할 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위해, 눈치 보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래 앉아 있진 않고 최대 두 시간 정도 머무른다. 한국에서는 카공족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카페에서 공부하는 문화가 널리 퍼졌는데, 오히려 이 때문에 카페들이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심지어 최근에 스타벅스 한국에서만 카공족 단속을 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역시 모든 건 과유불급 적당함을 넘어서면 문제가 된다.


어쨌든 주말에 읽으려고 한 흥미로운 책을 펼쳤다. 제목은 Dead Aid (죽은 원조). Dambisa moyo의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를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아프리카 대륙에 흘러간 수십억 달러의 원조가 성장을 저해하고, 의존성을 고착화했다는 비판을 담고 있다. 국제개발 분야에서 일하는 입장으로, 이 논의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실제 현장에서 매번 부딪히는 고민이기도 하다. 왜 계속 밑 빠진 독이 물 붓기인 거 같지? 언제까지 이 나라는 개발도상국에서만 머물고 있을 것인가..


한국의 사례는 늘 흥미로운 비교 지점을 제공한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대규모 원조를 받던 나라가 이제는 OCED/DAC 공여국으로 자리매김했으니 말이다.


다른 나라들은 왜 여전히 원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그리고 국제사회는 언제까지, 어떤 형태로 원조를 이어가야 하는가? 원조가 필요한 순간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장기적 자립과 제도적 역량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과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점은 내가 캄보디아와 볼리비아에서 일할 때도 절실히 느꼈다. 겉으로는 성장과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쿠데타와 장기집권, 정권 교체로 인한 정책 불안정, 교육 불평등과 엘리트 중심의 구조, 부패와 사회적 분열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런 정치·사회적 조건 속에서는 외부 자금이 아무리 투입돼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원조가 흘러들어 가도 제도적 안정과 사회적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발은 언제나 한 발 전진했다가 두 발 물러서는 것 같은 모순을 드러낸다.


개발협력의 세계는 단순히 자금 이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정치적 제도, 경제정책, 사회문화적 기반, 인적자본 형성, 그리고 국제경제질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정답은 늘 어렵고, 모호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던지고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밀레니엄 개발목표(MDGs)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로 이어진 국제사회 의제도 같은 맥락이다. 2030년이 머지않았다. 그때 우리는 어떤 성과를 확인하고, 또 어떤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될까. 원조와 자립 사이의 긴장 속에서, 국제개발의 오래된 딜레마는 아마도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Dambisa Moyo의 인터뷰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처럼 원조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시선은 불편하지만, 꼭 필요하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언제나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Leave No One Behind)’를 외치지만, 정작 원조의 구조는 때로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형식적 합의에 갇혀 있다. 숫자와 보고서로는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수혜자가 빛을 찾고 가난의 쳇바퀴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그 작은 변화가 나에게는 이 일을 계속하게 해주는 이유가 된다. 원조의 모순과 한계를 비판하는 목소리,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다운 삶을 지켜내려는 실천. 아마 이 두 가지가 함께 있을 때, 국제개발협력은 비로소 더 인도적이고 진정성 있는 길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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